활기 찾는 소록도 자원봉사 줄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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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소록도 가는 길은 멀다.광주에서 버스로 2시간30분 정도 내리 달리면 남해의 올망졸망한 섬들을 거느린 고흥반도.서울 등지서 그 먼길을 달려온 사람들도 반도 서쪽 녹동항에 이르면 나환자들이 지내온 세월의 무게를 떠올리곤 한다.바다 건너 600 앞에 바로 소록도가 무심한 듯 펼쳐져 있다.
배는 금세 닿았다.울창한 송림에 싸여 적막한 평화로움마저 주는 섬은 일시에 생기가 돈다.선창 입구에 『나병은 낫는다』는 구라탑(求癩塔)이 오히려 생경할 뿐이다.
안내소에서는 출입자를 통제한다.이곳이 관광지가 아니라 병원 시설임을 알게 해주는 곳.지난해에는 7만4,000여명이 이곳을다녀갔다.재활의 길을 가고 있는 나병 치유자들을 위문차 방문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관광차 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여름철에는 하루 1,000여명 넘게 방문한 날도 있다.
소록도는 여의도 면적(89만평)보다 조금 큰 110만여평으로섬전체가 공원이나 다를 바 없다.도로 양옆으로 단풍나무며 감나무.유자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뻗어있다.산등성 이로 드문드문 민가가 보이고 산책길 옆에는 나무의자가 한가로이 놓여있다.멀리 득량만이 바라다 보이는 개펄에서는 아낙네들이 쪼그리고 앉아 조개를 캐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일주도로가 나있다.승용차로 30여분 정도 걸린다.섬 중앙에 자리한 본관을 경계로 동쪽 직원지대를 1번지로,서쪽 병사지대를 2번지로 구분해 부르고 있다.직원지대에는 녹동국교 소록분교와 우체국.도양읍사무소 출장소.간호조 무사양성소 등이 있다.병사지대에는 교회.성당.시각장애자 병동.노인성질환자병동 등이 들어서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이미 가족이나 다를 바 없어요.그분들의따스한 인정에 힘든 줄 몰라요.』 노약자 병동 일을 보고 있는간호조무사 방지선(26)씨.소록도가 꽃피운 숱한 인간애에 비하면 자신은 그저 평범한 한 간호조무사일 뿐 이라고 말한다.바느질도 해주고 이빨도 닦아주지만 그들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일이가장 힘들다.13 ,14세에 소록도에 들어와 거의 평생을 보낸그분들이지만 밖에 있는 가족의 안위를 생각하는 것이 너무 절절해 자꾸 눈물이 나오려고 하기 때문.
현재 간호조무사 76명을 포함해 직원은 모두 230명.소록도에서 생활하고 있는 1,100명 환자들의 평균 연령이 68세여서 대부분 생활간호에 투입되고 있다.
소록도는 1916년 5월 자혜의원으로 개원,내년에 80주년을앞두고 있다.병원측은 소록도 80년사를 준비중이다.또 나병 유물전시관을 개원기념일에 맞춰 개관할 예정이다.자원봉사단체들의 활동도 대폭 개방할 방침이다.
서울 한벗회.대구 참길회등 봉사단체들은 15년 동안 소록도를찾고 있으며 자매결연한 곳도 20여곳에 이른다.
봉사활동은 얘기를 주고받는 것에서부터 미용.세면등 일상생활을돌봐주는 것과 위문공연등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다.
서울 한벗회 한 관계자는 『소록도에 갈 때마다 겸허하게 생활의 자세를 뒤돌아보곤 한다』며 『수려한 풍광을 둘러보며 나병 역사를 뒤돌아보거나 봉사활동을 해보는 것도 또다른 여행의 의미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벗회 (02)704-4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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