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 걷기-②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촬영지, 서원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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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 선사주거지를 나와 ‘걷기 좋은 길’을 따라 왼쪽으로 향하면 서원마을이 나온다. 이곳이 바로 영화의 배경이었다. 서울 동쪽 끝에 자리한 서원마을은 행정명칭으로는 강동구 암사3동으로 돼 있다. 어딘지 낯익은 풍경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찬찬히 떠올려보라. 꼭 영화 때문이 아니더라도 2000년대의 서울 같지 않게 한적하고 야트막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의 정취에 젖어 아스라이 고향을 떠올리게 된다.
암사주거지의 통나무 담장과 은행나무 가로수 사이로 조성된 빨간색 길을 따라 쭉 걷다 보면 길 끝자락에 갈래길이 나온다. 이 갈래길에서 오른쪽 건너편, 어린이집 쪽이 바로 서원마을이다. 어린이집에서 뒤쪽의 천왕사를 지나 ‘암사낚시터’라는 안내판이 보이면 또다시 오른쪽 길로 접어든다. 오른쪽 골목을 뜻하는 ‘점말길’이라는 표지판이 재차 길을 확인시켜준다. 여기서부터 서원마을의 본격적인 걷기가 시작된다. 아무려나, 백 마디 말보다 한번 보는 게 낫다. 사진으로 안내하는 서원마을 산책, 지금부터 시작이다.

골목길에 접어들자마자 마주하는 서원마을 슈퍼. 시골마을에 가면 하나쯤 있을 법한 자그마한 점방이 떠오른다. 서원마을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길 표지판은 모두 점말길로 돼 있다. 슈퍼 주인아저씨의 설명에 따르면 서원마을이 아니라 점마을이 본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서원마을로 바뀐 것은 작년 봄 무렵이다. 점마을이라는 이름이 어감 상 썩 좋지 않아 주민들의 청원이 있었다고 한다.

서원마을 슈퍼에서 또다시 오른쪽 길로 접어들어 보자. 골목 양쪽으로 이어진 집들은 어느 하나 높은 건물이 없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하늘이 더 높아 보인다.

손이 닿고도 남을 만큼 낮은 울타리에는 아이의 것으로 보이는 신발이 걸쳐 있다. 담장에 신발을 말리는 안주인의 센스가 굿이에요, 굿!

정성스럽게 편지 한통 써서 쏙 넣어주고 싶은 집 모양의 빨간 우체통이 정겹다.

아림이네 집. 집주인의 이름만 달랑 새겨놓은 무표정한 문패와는 사뭇 다르다. 이런 게 문패다운 문패 아닐까?

그저 집의 경계만을 표시한 낮은 울타리 너머로 마당은 물론, 집안 구석구석까지 훤히 다 들여다보인다.

"주택가 사이를 빠져나오면 이번에는 양쪽으로 비닐하우스가 펼쳐진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주인공 권상우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후,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기도 하다. "


서원마을 산책은 여기까지다. 쉬엄쉬엄 걸어 30분 정도면 산책 끝! 비닐하우스가 끝나는 길에서 왼쪽으로 향하면 양지마을로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돌아 나오면 처음의 선사유적지가 나온다.

최경애 객원기자 doongj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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