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터뷰>저축의 날 韓銀총재 표창받은 가수 배일호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연일 지면을 장식하는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에 비하면 보통사람들의 쌈짓돈은 아예 돈 축에도 들지 못하는 세상이다.하지만 지난달 31일 저축의 날을 맞아 한국은행총재 표창을 받은 가수 배일호(43.본명 金鍾元)씨가 한푼두푼 모은 돈에는 「검은돈」에서는 찾기 힘든 풋풋한 땀냄새가 짙게 배 있다.그는 93년 『신토불이』라는 노래로 서민층의 사랑을 받았던 가수.
『요즘 세상에 호의호식 마다하고 저축하며 산다는 건 미련한 일인지도 모르지요.하지만 끼니걱정에 시달렸던 무명시절을 생각하면 형편 좀 풀렸다고 사치할 수 있나요.』 충남논산이 고향인 그는 72년 홀홀단신으로 상경했다.군산 서해방송의 노래자랑에서1등을 차지한 노래실력 하나만 믿었다.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가수 수업을 쌓은 송대관이나 후배 현숙에 비해 좀처럼 그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았다.
『날품팔이.막노동.야채행상.포장마차등 안해본 일이 없습니다.
입에 풀칠하려고 낮에는 궂은 일하고 밤에는 돈 한푼 못받고 업소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배고픈 나날은 20년동안 계속됐다.사글세 단칸방 신세를 면치 못하자 장모가 아내를 시골로 데리고 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그러던 중 93년 주머니를 탈탈 털어 『신토불이』를 내놓은게 뜻밖에 히트했다.때마침 농산물 시장개방 문제로 농민들의 항의시위가 계속되던 때라서 더욱 사랑을받았다. 『팔자에 없던 돈이란 걸 좀 만지게 됐지만 쓸 줄을 알아야지요.아직도 의상은 모두 남대문시장에서 해결합니다.그동안번 돈은 모두 은행에 들어갔다고 봐야죠.』 그가 보유한 통장은모두 10여개.내년에 5,000만원짜리 적금을 타게 되면 그동안 모은 돈을 보태서 서울 근교에 전원주택 한채 장만하는 게 그의 소박한 꿈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