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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2000억원! … 클럽 월드컵은 ‘머니 월드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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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조2000억원짜리 돈 잔치가 끝났다.

2007∼200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22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막을 내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막판까지 우승을 다퉜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가 최고 클럽의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접전을 벌였다.

유럽 각국 축구리그의 챔피언과 상위 클럽들이 출전하는 챔피언스리그는 월드컵이나 유럽선수권 등 국가 대항전이 아닌 축구 대회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챔피언스리그는 지난 시즌 이미 총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바르셀로나(스페인)가 우승했던 2005∼2006 시즌에 5억500만 파운드(약 89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챔피언스리그는 AC 밀란(이탈리아)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2006∼2007 시즌엔 5억2000만 파운드(약 1조700억원)를 넘어섰다. 올해는 지난 시즌보다 훨씬 늘어나 1조2800여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챔피언스리그에서 UEFA가 걷어들이는 수입 중 가장 큰 몫은 TV 중계권료다. 영국 스포츠 전문 채널인 ‘스카이TV’는 올해 초 UEFA로부터 2009∼2012년 3개 시즌의 중계권을 따내면서 총 2억4000만 파운드(약 4900억원)를 지불했다. 여기에 공식 스폰서료, 입장 수입 등을 합하면 액수는 크게 늘어난다. UEFA는 챔피언스리그 매출액의 75%를 참가 클럽에 배당금으로 푼다. 올해 우승팀은 2000억원이 넘는 수입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맨유와 첼시는 결승까지 올라오면서 이미 3000만 파운드(약 620억원)를 받았다. 여기에 우승 상금(108억원)과 결승전 중계권료까지 추가로 받게 된다. 전 세계에서 10억 명 이상이 지켜볼 TV 중계권료는 각국 중계권 시장의 크기에 따라 차등 분배한다. 지난해 우승팀 AC 밀란은 결승전 중계권료로 1053억원을 받았는데, 올해 우승팀은 TV 중계 시장이 더 큰 잉글랜드라는 점에서 1200억원 이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결승전을 유치한 모스크바시도 대박을 터뜨렸다. 로이터 통신은 21일 “모스크바는 3500만 파운드(약 724억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에서 5만여 명의 응원단이 건너와 뿌린 돈이다. 이는 지난해 결승전이 열렸던 그리스의 아테네가 1800만 파운드(약 372억원)의 이득을 본 것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러다 보니 결승전을 유치하려는 도시 간 경쟁도 치열하다. 이미 내년(이탈리아 로마 올림피코 스타디움), 내후년(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 개최지가 결정됐다. 결승전 장소는 UEFA 집행위원들의 투표로 선정하는데 아무나 신청할 수 있는 게 아니다. UEFA가 정한 ‘5성급 경기장’을 보유한 도시만 가능하다. <그래픽 참조>

이 기준을 통과한 유럽의 5성급 경기장은 28곳뿐이다. 미셸 플라티니 UEFA 회장은 한술 더 떠 “앞으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7만5000석이 넘는 경기장에서 치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월드컵 본선 경기장의 최소 기준이 4만3000석인 점을 감안하면 유럽의 뜨거운 축구 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모스크바에는 결승전 당일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맨유와 첼시 응원단은 빗속에서 모스크바 시내를 떼지어 몰려다니며 광란의 축제를 즐겼다. 7000여 명의 러시아 경찰과 영국에서 파견된 ‘훌리건 전담’ 경찰이 불상사에 대비해 완전 무장한 채 이들을 감시했다. 바가지 요금과 암표상도 기승을 부렸다. 택시는 기자가 묵고 있는 스푸트니크 호텔에서 2㎞도 떨어지지 않은 경기장까지 500루블(약 2만원)을 불렀다. 현지 유학생 김요한(25)씨는 “인터넷으로 입장권 신청을 했는데 경쟁률이 워낙 높아 떨어졌다. 250유로(약 41만원)짜리 티켓이 400만원에 팔리고 위조 티켓도 나돌았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정영재 기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유럽 각국 리그의 챔피언이 모여 최강을 가리는 대회로 1955년 창설됐다. 영국·스페인·이탈리아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로팀들이 출전하기 때문에 ‘클럽 팀의 월드컵’으로 불린다. 잉글랜드·스페인·이탈리아 등 빅리그는 1~4위 팀까지 출전 자격을 얻는다. 독일·프랑스는 1~3위가 출전하며, 수준이 떨어지는 포르투갈·네덜란드는 2개 팀이 나올 수 있다. 잉글랜드의 경우 UEFA컵에는 리그 5위 팀이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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