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비자금 파문-대통령 大選자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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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대선자금 지원설 부인발언에 야권이 발끈하고 있다.한마디로 거짓말이란 것이다.
金대통령은 30일 3부 요인 등을 초청한 오찬 자리에서 『노태우(盧泰愚)총재는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기때문에 탈당했고 그 후에는 만난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말 그대로 해석하자면 盧전대통령의 민자당 탈당후에는 직접 정치자금을받은 일이 없다는 뜻이지만 확대하면 대선자금 지원을 일절 받지않았다는 의미다.
金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盧전대통령 비자금문제를 자꾸 자신에 대한 대선자금문제로 방향을 바꾸려는 야당의 공세에 대해 직접 나서서 진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그러자 야권에서는 『누가 그런말을 믿겠느냐』고 비난했다.그동안 다른 목소리를 내던 3야당도金대통령의 이 발언에 대해서만은 도저히 다른 입장을 보일 수 없는 것이다.
김윤환(金潤煥)대표도 지난 26일 여의도 청년포럼 간담회에서여야후보에게 선거자금이 지원됐을 것이라는 점을 시인했다.그런데도 이를 부인하고 나선 것은 盧전대통령의 구속을 조건으로 입을틀어막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김대중(金大中)총재가 20억원을 받았다고 밝힌 국민회의는 『이제와서 혼자 고고한 척 성역으로 남겠다는 거냐』며 거세게 반발했다.
국민회의 박지원(朴智元)대변인은 『한나라의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국민을 속이고 거짓말을 할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그동안 金대통령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해온 민주당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김부겸(金富謙)부대변인은 『국민의 눈을 두 려워하지 않는 오만불손한 태도』라고 비난하고 대선자금 직접 공개를 촉구했다.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대선자금 공개를 촉구하는 결의문까지채택했다.
자민련도 강도는 약했지만 국민회의와 입장을 같이했다.金대통령말이 사실이라면 왜 공개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이런 야당의 공세에도 민자당 당직자들은 대부분 무대응과 무반응으로 일관해 난감한 처지를 시사했다.손학규(孫鶴圭)대변인은 논평을 요구받자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총재 말씀에 대해 당원들이 이렇다 저렇다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고만 말했다. 대선 당시 사무총장과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盧씨의 지원금을파악하고 있을 김영구(金榮龜)정무장관도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말만 했다.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도 『검찰수사에서 모든 것이 다 밝혀질 것인데 지금 이 시점에 왜 우리에게 먼저얘기하라고 하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야당측은 『金대통령에 대한 혐의를 그 지휘를 받고 있는 검찰조사에 맡긴다면 어떤 사람이 믿겠느냐』며 끝까지 물고늘어진다는 입장이어서 공방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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