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레이더] 나흘 연속 상승세…최악은 벗어났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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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지난주 국내 증시는 모처럼 나흘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장을 마쳤다. 세계 주요 증시도 미국발 기업 실적 둔화 우려에 짓눌렸던 최악의 상황에선 빠져나온 듯한 모습이다.

종반에 접어든 어닝 시즌에서 미국기업들의 1분기 성적표가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쪽으로 평가가 모아지면서다. 하지만 국내 증시의 향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지수는 조금 올랐지만 기술적 반등 성격이 강했다.

하루에도 지수가 10포인트 안팎으로 널뛰기하는, 불안한 흐름도 바뀌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대내외 환경이 여전히 좋지 않다. 특히 재정적자 경고로 미국 경제에 다시 빨간 불이 들어온 상태다. 지난주 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연방 재정적자가 위험 수위에 달해 경기 침체나 악화가 우려된다"며 전에 없이 직설적인 경고를 날렸다. 그만큼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이 재정적자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 긴축 드라이브를 본격 걸기라도 하면 얼마 전 미국발 인플레 우려 못지 않는 충격을 불러올 수도 있다. 다시 치솟는 국제 유가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재개 의혹으로 북.미간 긴장이 고조되는 것도 불안하기만 하다. 안으론 불투명한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아직도 걱정거리다. 당장 이번 주엔 현대차 등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계속 이어지지만 큰 기대를 하는 이는 없다.

매출은 늘지만 내수 부진과 원-달러 환율에 휘둘려 영업 이익이 뒷걸음쳤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뚜렷한 매수 세력이 없다는 점도 시장을 답답하고 있다.

국내 증시의 가장 큰 손인 외국인들은 하루 이틀 걸러 사자와 팔자를 번복하는 등 엇갈린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거래대금 역시 2조원을 조금 웃돌 정도로 활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국내외 투자자들은 그래서 다음달 3일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미국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선 금리 동결, 인상 어느 쪽도 호재가 되긴 어려울 듯하다. 미국의 인플레 우려와 경기 침체에 대한 걱정이 한꺼번에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국내 증시는 미국 경제의 움직임에 일희일비하며 등락을 거듭할 공산이 크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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