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비자금 파문-검찰수사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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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비자금계좌가 추가로 밝혀지면서 검찰수사가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수사착수 1주일을 맞은 검찰은 26일 비자금의 조성경위나 사용내용보다는 전체 규모 규명을 위해 계좌 추적에 박차.
안강민(安剛民)중수부장은 동아투금에 268억원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하면서 『비자금이 도대체 얼마나 있는지가 가장 큰 관심거리 아니냐』면서 『전체 비자금 규모를 밝혀낸뒤 자금의 출처와조성경위를 조사하겠다』고 설명.안부장은 그러나 『비자금 규모를전부 파악하지 않으면 노 전대통령을 조사하지 않을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해 노씨 조사가 멀지않았음을 암시.
그는 이어『검찰청사 이외의 장소에서는 조사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아직 변화가 없다』며 호텔이나 노 전대통령 집등에서의 방문조사는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내비쳤다.
…상업은행 효자동지점에서 「아름회」 명의의 가명계좌를 확인함으로써 그동안 말많던 「효자동지점」이 본격 수사선상에 등장하는등 향후 수사가 더욱 활기를 띨 전망.
검찰 주변에선 『문제의 계좌가 함승희(咸承熙)변호사의 저서인「성역은 없다」에서 밝힌 Z그룹 회장이 실명전환해 간 수백억원이 입금된 그 계좌가 아니겠느냐』는 추정이 나오는가 하면 박계동(朴啓東)의원이 주장했던 4,000억원 계좌 가능성을 점치는등 추측이 무성.
…이틀동안 45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고 26일오전 귀가한 이태진(李泰珍)전경호실경리과장은 수사결과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아 이현우(李賢雨)전경호실장과는 대조적인 모습.
피곤한 기색의 이씨는『신한은행외에 거래한 은행이 있느냐』『언제부터 비자금을 담당했느냐』『비자금 규모가 얼마나 되느냐』는 계속된 질문에『검찰에서 다 밝혔다』고만 말한뒤 묵묵부답.
이씨는『대답하지 않으면 못 보내준다』는 기자들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입을 굳게 다물어 로비에서 기자들과 20여분간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대검은 수사에 참여하는 검사들에게 점심식사를 가능하면 구내식당에서 하도록 하고 철야하는 팀도 도시락을 주문토록 하는등 정보유출을 차단키 위해 신경쓰는 모습.
검사들은 출입기자나 타기관에서 전화가 오면 곧바로 받지 않고여직원에게 메모하도록 한뒤 필요한 경우에만 직접 전화를 거는 방법을 활용.검찰은 이와함께 이현우 전경호실장,장한규 전동아투금사장등 참고인을 소환조사할 때도 대검 지하통로 로 밤에 불러새벽에 귀가시키는등 수사진전에 따라 보안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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