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비자금 파문-수뢰죄 적용 10년이상 징역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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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비자금 조성행위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만약 이 법으로 처벌된다면 음성적인 정치자금 조성에 쐐기를 박는 결과를 가져와 정계에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비자금사건 법률검토팀(대검연구관으로 구성)의 검토결과는 일단 「처벌이 어렵다」는 쪽이다.
비자금 파문이후 검찰에 출두한 이현우(李賢雨)전청와대경호실장은 자신이 관리한 485억원을 노씨가 쓰고 남은 통치자금(정치자금)으로 규정했다.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조성은 반드시 후원회를 통해 조성돼야 하며(6조)일단 조성된 자금은 정치활동을 위해 소요되는 경비로만 지출토록(2조)명시돼 있다.여기에다 모든경비지출 내용은 공개돼야 한다(2조).이같은 법 조문에 비춰 노씨의 정치자금은 조성과 지출 내용이 불분명하고 공개되지 않아외형상 이 법에 저촉된다는게 검찰 의 판단이다.
그럼에도 검찰이 이 법의 적용을 주저하는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우선 이 법의 공소시효(3년)가 문제다.차명계좌 개설시점에 비춰 이미 이를 넘겼을 공산이 크다.특히 검찰은 지금까지 정치권의 관행이나 처벌이후 파장도 고려해야 합리적 인 법집행이라는 판단이다.
검찰은 일본 정치의 막후실력자 가네마루 신(金丸信.93년 사망)의 정치자금 수수와 관련한 일본 검찰의 처리방법을 참고하고있다. 가네마루는 90년 일본 유수 운송회사인 사가와규빈(佐川急便)사로부터 5억엔의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도쿄지검특수부의 조사를 받았다.당시 검찰은 92년 가네마루를 벌금 20만엔에 약식기소하는 타협점을 찾았다.
그러나 이같은 처리에 국민의 비난이 거세지자 도쿄지검은 그에대한 재수사를 벌여 93년 탈세혐의로 구속했으며 이때도 정치자금과 관련해서는 추가기소하지 않았다.
바로 여기에 묘수가 있다는게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노씨의 경우 특가법상 수뢰혐의 적용이 가능한 만큼 정치자금법을 들고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더구나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한 법정 형량이 3년이하 징역이나500만원이하 벌금인데 비해 특가법상 뇌물수수죄는 수뢰액수가 5,000만원이상일 때 무기 또는 10년이상 징역형에 처할 수있어 국민들의 법감정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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