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을 바로 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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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불과 며칠전 무장공비가 비무장지대를 넘어 침투하더니 24일엔부여(扶餘)에 무장간첩이 출현,한낮에 총격전을 벌여 출동했던 경찰관의 목숨까지 앗아갔다.최근 몇년동안 변화하는 시대와 상황에 맞춰 동반자적 입장에서 북한을 포용하려 했던 우리로선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북한의 이러한 행태는 경수로 지원에 나서고,굶주리는 북한동포들을 위해 많은 양의 쌀을 보내준 우리의 따뜻한 마음에 총부리를 들이댄 것이나 다름 없다.이처럼 「은혜를 원수로 갚는」 북한에 배신감을 느끼지 않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최근의 이 사건들은 북한의 대남(對南)정책이 냉전시대나 김일성(金日成) 생존때와 마찬가지로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음을 거듭 확인해준데 지나지 않는다.쌀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고마움이나호의(好意)표시는 커녕 인공기(人共旗)를 달게 하고,선원을 억류하는 행태에서 우리는 북한에 대해 환상을 가지면 안된다는 점을 새삼 깨우친바 있다.
당국간 대화와 여러 경로의 교류를 통해 긴장상태를 해소하고,평화공존과 통일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우리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그러나 그동안 나타난 북한의 행동은 이러한 우리의 노력에 전술적으로는 호응하는 척 하지만 적화(赤化 )통일이라는기본전략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가 어렵고 김일성 사후의 정치적 불안정상황에서 벗어나려면남한과의 긴장상태를 해소하는 등 주변상황의 안정을 꾀하는 것이상식이다.그러나 북한은 오히려 긴장을 촉발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남북한 대결상황을 부각시켜 내부결속에 이용 하자는 속셈이다. 북한당국자들은 이처럼 민족의 갈등을 증폭시키면서까지 체제를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상황에 따라 수단.방법을 가리지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이미 쌀제공 협상에서 북한의 그런 속성을 경험한 바 있다.북한을 상대할 때 기대와 환상에 앞서 냉정해야 한다는 교훈을 이번 간첩사건은 다시 상기시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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