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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산책>"흑인 오르페"삼바리듬에 실린 열정적 사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오르페와 유리디스의 전설은 남녀간 사랑의 원형으로 통한다.지난주 출시된 마르셀 카뮈 감독의 『흑인 오르페』는 이 전설을 현대판으로 각색한 작품.59년 칸영화제 대상을 수상했으며 미국의 재즈 뮤지션 스탄게츠의 감미로운 보사노바 음악 이 전신의 나사를 풀어놓는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카니발이 열리기 전날 사촌을 찾아온 유리디스는 오르페가 연주하는 아름다운 기타곡조에 반한다.가수며 삼바 댄서인오르페는 미라라는 여인과 약혼한 상태.그러나 오르페는 유리디스를 보고 첫 눈에 반해 버린다.
이들은 하룻밤만에 서로의 운명적 사랑을 확인하고 사육제에서 함께 즐겁게 춤을 춘다.그러나 유리디스는 고향에서부터 자신을 쫓아 다닌 복면의 남자를 피해 도망가다 감전사고로 죽는다.오르페가 유리디스의 시체를 안고 해변의 벼랑으로 걸어 가 함께 몸을 던지면서 이들의 사랑은 저승으로 자리를 옮긴다.
오르페와 유리디스의 사랑은 짧고 강렬하며 비극적이다.그러나 영화의 전체적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지 않다.열정적인 삼바리듬과흑인들의 율동이 작품전체를 관통하며 열정적인 브라질의 색조를 발산하고 있다.영원히 지속될 수 없음을 알면서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남녀간의 사랑.카뮈감독은 이같은 인간존재의 운명을 한탄하지 않고 찬미한다.
오르페가 몸을 던진 벼랑에 모인 아이들은 울지 않는다.오르페가 남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어린 소녀는 기타를 치는 소년에게 『이제 네가 오르페야』라며 풀꽃 한송이를 전해준다.카뮈 감독은 해가 떠오르는 해변의 벼랑에서 어린 아 이 셋이 격렬하게 삼바춤을 추는 마지막 장면을 통해 새로운 오르페와 유리디스의 탄생을 찬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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