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웨이브>時價평가제 시행앞서 내부정비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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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내년부터 우리나라도 은행의 파생상품 거래에 대해 시가평가제도(時價評價制度)를 도입할 것이라는 내용이 며칠전 보도됐다.시가평가제도란 파생거래 잔액을 말 그대로 평가일 현재의 시장가치로평가해 그 손익을 재무제표상에 반영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파생상품 거래를 소위 「장부외 거래」로 처리해오던우리 은행들도 이제는 재무제표를 통해 관련손익을 대내외에 직접공시해야만 하게 되었다.
사실 파생상품에 대한 평가문제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점증하는 파생상품의 중요성 및 파생상품 특유의 높은 변동성과 관련된 중요한 이슈중 하나다.먼저 국제결제은행(BIS)은 이미 94년 7월 파생상품에 대한 위험 관리 지침의 하나로 시 가에 의한 위험평가를 제시한 바 있다.이 시가평가제는 지난 6월 발표된 연례보고서에서 강조된 것처럼 은행의 채무불이행 원천이 될 수 있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총자산에 포함되는 시장 위험의 범위를확대하려는 국제결제은행의 의중을 반영 하는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시가평가제도가 자기자본 규제와 연결될 경우 이는 금융기관들에 상당한 시사점을 갖는다.즉 파생상품 거래의 현재 가치가 총자산에 포함되고 이 총자산에 대해 일정비율의 자기자본을 보유해야만 한다면 금융기관들은 파생상품과 같이 시장리스크가 수반되는 자산운용에 보다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파생상품 거래에 관한 회계기준의 차이를 국별로 보면 미국과 유럽이 시가회계를 도입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원가회계를채택하고 있다.
미국은 작년말에 이미 재무회계기준심의회(FASB)에서 전면적인 시가평가제 도입을 확정,공표했다.미국의 이러한 발빠른 움직임은 국내 제도를 미리 정비해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는 국제 회계기준이 미국제도를 따르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 라는 해석이많다.유럽은 시가평가제와 더불어「헤지회계」라는 개념도 도입하고있다.헤지회계는 현물 자산의 가격변동을 파생상품으로 헤지하는 경우 양자의 손익을 상쇄,계상하는 제도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파생상품 거래에 대해 정보공시 의무가 최근에야 도입된 수준으로 아직 회계제도는 정비되지 못하고 있다.일본에서 시가회계가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기업정보 노출을 꺼리는 일반 기업들이 시가회계 도입에 소극적인데다 주변 여건도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금차입때 채권의 증권화가 진전돼 있지 않은 일본에서는 시가평가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실질적인 의미는 없다는 것이다.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시가평가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책당국은 이러한 국제기구.선진국들의 정책 환경과 방향을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며,은행및 기타 업체들도 신제도 도입 가능성에 대비해 조직.인력등의 내부시스템 정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삼성경제硏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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