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說 파문-신한은행관계자,실명제 명령위반혐의 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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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한은행 관계자 등에 대한 금융실명제 긴급명령 위반혐의 고발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왜냐하면 박계동(朴啓東)의원이 폭로한 차명계좌 실체를 확인해준 신한은행 이우근(李祐根)이사대우 등 관련자에 대한 고발은 차명계좌의 실체를 밝히는 본 격 수사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사건의 본질은 놔둔채 곁가지수사로 변질시킬 가능성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즉 21일 신한은행에 의해 제출된 금융실명제 긴급명령 위반혐의 고발장은 검찰이 큰 부담없이 관계자 소환과 압수수색 등 통상의 고발사건 수사 수순을 밟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차명계좌와관련된 정치자금법 위반혐의 등 또다른 범죄 혐의 를 밝혀낼 수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신한은행의 고발은 서석재(徐錫宰)전 총무처장관의 4,000억 비자금 발언수사 당시 별다른 범죄혐의를 밝혀내지 못함으로써 축소.은폐 의혹까지 떠안았던 검찰과 이 부담을 넘겨받지 않으려는 은행감독원 간의 갈등(?)을 해소하면서 수사를 촉발하는 일종의「해결사」인 셈이다.
이날 재경원 관계자도『20일 검찰로부터 이 이사대우 등을 고발해달라는 요구를 받은 뒤 은감원을 통해 고발을 검토토록 했으나 은감원이「전례가 없다」며 거절,신한은행이 고발장을 접수시킨것으로 안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반면 이 이사대우에 대한 고발을 둘러싼 정황은 검찰이 차명계좌의 실소유주나 자금성격을 밝히려는 사건의 본질을 회피한 채 금융실명제 위반혐의 만을 확인하는 본말이 전도된 수사를 진행시키려 한다는 의혹을 함께 불러일으키게 한다.
검찰수사는 고발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론보도와풍문 등을 통한 인지에 의해서도 가능한 이상 이미 언론에 보도된 이 이사대우의 차명계좌 확인사실을 근거로 수사에 착수할 수있는데도 굳이 이 사건을「고발사건」으로 처리하 려고 했기 때문이다. 또 이 이사대우의 차명계좌 확인은 본인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이루어졌다기보다 언론의 취재에 응한 것으로 범의를 인정하기 어려운데도 정부가 굳이 은감원을 동원,예금자 비밀보장 위반 사실을 적발하고 신한은행을 통해 이를 고발토록 한 것은 다분히 의심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선 정부가 차제에 비자금 발설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금융거래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예금자 비밀보호 필요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사익에 앞서는 공익을 위해「검은 돈」의실체를 소극적으로 확인한 행위까지도 형사처벌 대상이 돼야 하느냐는 반문도 있다.
결국 신한은행 고발이 갖는 의미는 사건 실체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와 이 이사대우 등에 대한 처벌 수위가 말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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