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 생각은…

용산기지 일부 민간 매각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지난해 시작된 미래한.미동맹 정책구상회의와 지난해 11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를 통해 구체화된 용산기지 반환이 이전비용 관련 협상을 통해 본격적인 실행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는 기본적으로 이 지역을 뉴욕의 센트럴 파크와 같은 공원으로 만들어 콘크리트 빌딩군으로 뒤덮인 서울에 시민들이 삶의 여유를 향유할 수 있는 녹색공간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환경시민단체들도 87만평 대부분이 국유지인 용산기지 반환부지 전부를 가능한 한 공원화하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번 용산 반환부지의 활용에서 빼놓아서는 안 될 고려사항은 평택시 지역주민에 대한 보상과의 연계문제다. 여기에는 오산비행장이 유발하는 항공기 이착륙 소음과 훈련장 피해 민원에 대한 보상도 포함된다. 최근에 이미 화성군 매향리 쿠니사격장 주민에 대한 법원으로부터의 소음피해 국가배상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이러한 기지주변 대책에 들어갈 예산 소요는 막대할 것이고 이미 내핍의 한계에 다다른 국방부 예산에서 이를 뽑아 쓰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심각한 정부 재정압박 속에서 기지주변 대책 예산을 염출하는 해법은 전국 주요 도시의 도심에 소재한 미군기지의 반환부지를 부분적으로 매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용산기지 이전의 직접적 배경은 세계적인 해외미군 재배치의 일환이지만 그 이면에는 경기 북부지역의 미군기지가 주변 주민과 빈발한 마찰을 일으키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30억 내지 50억달러의 막대한 예산을 들여 용산기지를 이전해 놓고도, 만일 적절한 기지주변 대책이 실행되지 않는다면 미군 재배치 후에 오산.평택지역에서 또 다른 반(反)미군기지 운동이 불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또 다른 기지 이전의 필요성이 대두돼 용산기지 이전에 투자한 예산이 결과적으로 낭비되는 정책실패를 낳을 수 있다. 또 용산기지 이전으로 서울시민의 생활 환경이 개선되는 반면, 평택시 주민에게는 새로운 부담이 추가된다면 형평성의 문제도 있다. 미국 본토와 달리 한국의 미군기지는 대부분 영내에 위락복지 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미군기지가 지역경제에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캠프 케이시 등이 소재한 동두천시의 낙후된 실태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미 평택시는 미 제2사단의 재배치는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천명했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정책추진 방향은 서울시민의 편익을 부분적으로 양보해, 즉 용산 반환부지 일부를 민간용도로 매각하고 여기서 생긴 재원을 평택시의 기지 민원 보상에 투자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다치카와 기지 이전 대상지인 요코타 지역 지자체와 주민을 설득하기 위해 1974년 기지주변생활정비법을 제정해 다양한 보상을 해 오고 있다. 일본 방위시설청은 기지소재 지자체에 대한 특별교부금 및 복지시설에 지원하는 지정교부금 등 상당한 예산상의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물론 개인주택에 방음시설 등도 있어 우리의 재정여건상 모방하기 어려운 것도 많다. 하지만 우리도 최소한 학교와 병원 등에 대한 방음시설 지원은 예산이 들어도 실시해야 하고, 이 비용을 용산기지 반환부지의 일부 매각으로 충당하자는 것이다.

물론 매각대금의 일부는 기지이전 비용 염출에도 사용해야 할 것이다. 73년부터 77년 사이에 도쿄(東京)도 내에 소재한 다치카와 미군기지를 요코타로 이전하면서, 일본 정부는 반환부지 일부를 매각한 금액 약 4800억원으로 기지이전 비용 전체를 충당한 선례가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기지 이전에 소요될 정부의 재정부담을 회피하면서 미군 재배치의 난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용산기지 반환의 편익을 서울시민만 누리겠다는 것은 또 다른 지역이기주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남창희 인하대 교수.정치외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