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급 35명 연말까지 옷 벗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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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호 03면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무풍지대였던 외교통상부가 지난해 11월 고위공무원단(고공단) 제도에 참여한 진통을 겪고 있다. 외교통상부에 할당된 고위 공무원 직위(전체 고공단 수의 17%)가 261개이지만 직제 정리 등으로 직위 수를 초과한 고위 외교관이 24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늦어도 올 연말까지 이들을 권고 퇴직시켜야 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6일 “고공단 초과 인원은 24명이지만 적체된 진급 수요까지 감안하면 모두 35명이 퇴진 대상”이라고 말했다. 현재 외교부에는 고공단 직급의 보직을 맡고 있으면서도 고공단 승진을 하지 못한 국장급 인사들이 4~5명 정도이고 연말이면 더 늘어나기 때문에 인사 숨통을 틔우기 위해 10명을 퇴진 숫자에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당초 6월 초까지 초과 인원을 정리한다는 방침이었으나 내부 반발 등을 감안해 연말까지로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지난해에도 외시 9기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부임하면서 30여 명이 명예 퇴직했다. 하지만 당시엔 외교부의 특수제도인 대명퇴직제도(공관장 부임을 끝낸 뒤 6개월에서 1년 동안 보직 없이 대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가 있어 잔여기간에 대한 혜택을 주며 ‘명예 퇴직’을 권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공단 가입으로 대명제도도 없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퇴직 리스트에 오른 공관장들은 해외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대로 별다른 보상 없이 옷을 벗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면서 “학교나 기업 등 외교관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주선하려 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두 차례 공관장 근무를 마쳤거나 다시 공관장으로 나가더라도 정년이 1년 정도밖에 남지 않은 외교관 등을 대상으로 사퇴를 권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5명 가운데 정년을 맞은 자연 퇴직자는 15명 정도다. 외교관의 퇴직 연령은 경력·전문성이 필요한 외교의 특수성을 감안, 64세를 유지하다 98년부터 낮아져 최근 60세로 정해졌다. 단 미국·일본 등 등급이 높은 지역 공관장의 경우 정년을 2~3년 초과해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해 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 같은 과거 관행으로 내가 그만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거의 없다”면서 “상당히 난감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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