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說 파문-여야.국회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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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 박계동(朴啓東)의원이 제기한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비자금의혹 파문이 연일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20일 이틀째 국회 본회의는 대정부질문 초반부터 정회소동이 빚어졌으며 여야 4당은 총무회담을 열고 국정조사권 발동문제를 협 의하는등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총무회담=이날 오후 열린 4당 총무회담에서 여야는 각당의 입장을 개진.먼저 서정화(徐廷華.민자)총무가『우리당 입장은 주저없이 규명해서 의혹을 풀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히자 야3당은일제히 환영.
신기하(辛基夏.국민회의)총무는 『박의원이 명백한 증거를 갖고큰 의혹을 제기했다』며 「언발에 오줌누기식」이 아닌 국정조사권발동을 촉구.이철(李哲.민주)총무는 『여야와 당적을 떠나 진상규명에 총력을 기울이자』고 제안.한영수(韓英洙 .자민련)총무는『이번에 마음먹고 대통령이 직위를 이용한 축재를 밝히지 않으면김영삼(金泳三)대통령도 난처해질 것』이라며 김대통령의 결단을 유도.회담은 결국 『23일 홍재형(洪在馨)경제부총리의 국회답변을 들은 뒤 다시 논의키로 하자 』는 한총무의 제의를 따르기로한뒤 이홍구(李洪九)총리에게 4당 총무 명의의 수사촉구서를 전달. ◇국회본회의=20일 수행중인 한이헌(韓利憲)청와대경제수석은 『보고채널과 언론보도를 통해 박의원의 질문내용을 알고 있다』며『그러나 개인적 의견으로 상식선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생각된다』고 피력.
한수석을 비롯한 공식수행원들은 대통령을 수행하는 참모들이 구체적인 정황을 모르면서 국내 쟁점에 대해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더 이상의 언급을 자제.
◇국회본회의=20일 오전 회의가 열리기 무섭게 비자금설 폭로에 대한 이홍구(李洪九)총리의 답변문제를 둘러싸고 여야가 설전을 벌여 회의 시작 15분여만에 정회소동.
황낙주(黃珞周)국회의장이 먼저 『이총리의 답변을 먼저 듣고 질의에 들어가자』고 하자 국민회의 신기하(辛基夏)총무와 민주당원혜영(元惠榮)의원은 『의사일정에 합의한 바 없다』고 항의했고,민자당 의원들은 『총리는 그냥 답변하라』고 응 수.이에 황의장이 『어제 소란이 있었기 때문에 원만한 진행을 위해 답변하라는 것』이라고 해도 여야의원들이 큰 목소리로 찬반의견을 개진하자 황의장은 황급히 정회를 선포.
◇여야=파문이 일파만파로 확대되자 민자당은 서석재(徐錫宰)전총무처장관 파문때의 늑장대응과는 달리 증폭되는 국민의혹을 의식,서둘러 비자금의혹에 대한 진화에 착수.손학규(孫鶴圭)대변인은『국민의혹은 적극 풀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정부에 철저히 조사할것을 요구한다』고 발표.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서도 원칙적인 수용의사를 표명하는등 이례적으로 발빠른 대응.
이에비해 야3당은 진상규명 촉구와 함께 정국주도권 잡기에 안간힘. 박지원(朴智元)국민회의대변인은『우리당을 표적으로 한 보복수사로 의기소침해 있었으나 어제를 기점으로 전환점이 됐다』며최낙도(崔洛道).박은태(朴恩台)의원,이창승(李彰承)전주시장 구속 등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의 반전을 기대.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는『과거의 예로 볼때 정부가 국회조사를 이유로 발을 뺄 우려가 있다』며 국조권발동에 소극적 입장을 개진했으나 대다수 의원들은 이를 강력 주장해 대조.
자민련 한영수(韓英洙) 총무는 『여당도 흐지부지 넘어가지 않으려는 것 같다』고 전망했고,안성열(安聖悅)대변인은 『국회.검찰등 모든 기관이 총동원돼 비자금의혹이 규명돼야 한다』고 수사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거듭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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