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說 파문-검찰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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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검찰이 20일 전직 대통령의 4,000억원 비자금 예치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서초동 대검청사 주변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0일 오전까지만 해도 『범죄 혐의가 없으면 수사에 나서기어렵다』며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던 검찰은 이날 오후4시쯤 안우만(安又萬)법무장관으로부터 『재정경제원과 협조해 이 사건을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고 『수사 착수』로 급선회.
이에 앞서 대검 간부들은 수사착수에 대비,이날 오전9시20분쯤부터 김기수(金起秀)검찰총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이번 사건에대한 검찰 입장등을 정리.
한 참석자는 『범죄 혐의가 없는 상태에서 수사에 나선다면 앞으로 거액 계좌 발견때마다 검찰이 칼을 뽑아들어야 할 것이란 문제점이 제기됐으나 국민의혹 해소 차원의 진상규명에 나설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언.특히 이 날 대부분 중수부 직원들은 체육대회 행사장인 관악산으로 출발했으나 안강민(安剛民)부장과 이정수(李廷洙)수사기획관,문영호(文永皓)2과장은 행사 참석을 취소한채 수시로 회의를 열고 법률검토작업에 돌입. …검찰은 가능한한 빠른 시일내에 이번 사건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쏠린 국민의 의혹을 조속히풀어주기 위해 사건을 조기에 매듭지을 계획』이라며 『이를 최초발설한 신한은행 계좌 소지자인 하종욱(河種旭)씨와 당시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장 이우근(李祐根)씨등이 1차 조 사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
…검찰은 이 사건이 지난 8월 검찰에서 내사를 벌였던 서석재(徐錫宰)전총무처장관의 「4,000억원설」과는 다른 사건이라고애써 강조하는등 이 사건 수사에 임하는 검찰의 곤혹스런 입장을노출. 이는 지난번 『근거없는 시중루머가 와전된 것』이라고 내사종결한 상태에서 만에 하나 4,000억원중 일부라도 실체가 확인될 경우 검찰 수사의 신뢰도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검찰 관계자는 『하필이면 이번에도 4,000억원이냐』 며 『아마 박계동(朴啓東)의원이 300억원의 실체만 확인하고 4,000억원설에 연결시킨 것이 아니겠느냐』고 나름대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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