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목되는 新건설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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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1일로 성수대교 붕괴 1년이 된다.건설실태가 무엇이 달라졌느냐는 물음을 던지고 싶다.얼마전 삼풍대참사 100일이 됐을 때도 비슷한 질문을 던진바 있다.공사현장의 졸속주의가 사라졌다는 믿음을 갖기 어렵고,설계.감리분야의 획기적 개 선이 이뤄졌다고 보기도 어렵다.한마디로 부실공사의 우려가 구조적으로 온존(溫存)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런 점에서 완벽시공의 정신을 공사현장에서 살려나가겠다는 삼성(三星)의 신건설(新建設)선언은 건설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할실마리를 제공해주지 않았나 생각된다.이 선언은 자신이 건설한 모든 구조물의 자연수명이 다할 때까지 안전진단을 책임지고 실시하고,전 건설현장에 외국의 전문감리요원을 상주(常駐)시켜 부실시공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것이다.감리만 제대로 해도 부실공사는 상당부분 사라질 수 있다는 경험칙(經驗則)에 비추어이 분야의 개선효과는 상당한 기대 를 모은다.
아울러 하청업체에 적정이윤을 보장한다는 방침도 현재의 왜곡된건설풍토를 바로잡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하청.재하청으로 내려가는동안 마지막 업체는 적정건설비의 절반도 안되는 공사비로 실제건설에 임하는 사례가 많다.이때문에 부실시공이 될 수밖에 없는 원인을 원천적으로 안고 있는 것이 우리 건설풍토의 고질병이다.하청업체를 제대로 대접해주면 건설분야의 중소기업을 육성하는효과도 볼 수 있다.
모든 시설.구조물을 명품(名品)으로 시공한다는 방침은 건설분야에도 장인(匠人)정신이 필요하다는 절규(絶叫)와 부합한다.
건설문화의 획기적 발전을 위해 삼성은 국민과의 약속을 성실히이행해야 한다.한국 건설문화를 이끄는 다른 대기업들도 나름대로능력에 맞게 양(量)보다 질(質)위주의 사업전략을 펼쳐야 한다. 건설비리의 한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건설행정도 각성해야 한다.부실건설이 초래한 갖가지 부정적 현상들,고귀한 인명의 희생과 막대한 재산손실, 그리고 국가 이미지 추락에서 오는 국민적열등감(劣等感)은 이제 극복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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