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홍콩영화 "중경삼림"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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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삭막한 도시 홍콩의 거리 중경,파편화된 인간들과 빌딩의 숲에서 실연의 아픔을 삭이려는 고독한 두 경찰….
한 사람은 스쳐지나가는 사랑에서 위안을 얻고 다른 사람은 자신과 사랑에 빠진 여성에게서 피곤함을 접는다.
빛이 흐르는 듯한 독특한 영상,매력적인 주인공들의 기발한 생각과 대사,경쾌한 주제곡의 홍콩영화 『중경삼림』이 감각적인 20대 영화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달 2일 개봉한 왕가위(37)감독의 『중경삼림』은 지금까지 서울에서만 13만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50일 가까이 지난요즘도 평일 1,000여명의 젊은 발길을 모으고 있다.『중경삼림』의 인기가 특히 눈길을 끄는 이유는 관객 대 부분이 20대인데다 이들중엔 여러번 봤다는 열성팬들이 유난히 많기 때문.
하이텔.천리안.나우누리등 컴퓨터통신 영화동호회게시판에는 『중경삼림』에 대한 열광적인 감상문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빠르게 껑충거리는 화면,고속으로 흐르는 파편화된 이미지들,다양한 인물이 서로 엇갈리며 빚어내는 에피소드가 독특한 느낌을준다.』『존재는 사라지고 이미지만 남아있는 투명한 슬픔,한번도불꽃 피우지 못하는 도시의 사랑이 가슴아프다.』 임청하.왕조위.금성무.왕조문등 홍콩배우 네명이 등장하는 『중경삼림』은 배우들의 매력 뿐만 아니라 「90년대의 시네아스트」라 불리는 왕감독의 연출이 커다란 흡인력이 되고 있다.『열혈남아』『아비정전』등의 독특한 작품으로 오락물로만 여 겨져온 홍콩영화의 이미지를바꾼 왕감독은 국내 젊은층에도 고정팬들이 상당히 많다.
『중경삼림』은 또 후반부가 마치 뮤직비디오처럼 경쾌하게 전개된다.왕정문이 계속 주제곡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크게 틀어놓고 춤추는 것.덕분에 요즘 레코드가게에서는 마마스 앤드 파파스의 흘러간 팝송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찾는 젊은 이들이 늘고있다. 『중경삼림』에 대한 30대 이상의 반응은 신세대와 전혀다르다.회사원 이재범(34)씨는 『독특하고 재미는 있지만 너무감각에만 치우치고 내용이 없다는 느낌이었다.한 번 더 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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