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무파업 ‘화합의 탑’쌓은 평화정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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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4일 열린 평화정공 무교섭 타결 선포식에서 김범일 대구시장, 평화정공 이명현 대표이사, 김순창 노조위원장, 이완영 대구지방노동청장(왼쪽부터)이 손을 들어 노사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자동차의 도어시스템을 생산하는 평화정공㈜(대구시 달서구 대천동)이 노조 설립 이후 20년 무파업이란 대기록을 달성했다.

노사는 14일 회사에서 ‘노사 무교섭 타결 선포식’을 가졌다. 노조가 올해분 임금 인상과 단체협약 개정을 모두 회사에 위임한 것. 1989년 설립된 노조는 그동안 한 차례도 파업하지 않았으나 줄곧 임금교섭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해 왔다.

선포식에는 김범일 대구시장, 이완영 대구지방노동청장 등이 참석했다. 노사 양측은 선포식 뒤 대구노동청 광장에 세워진 ‘노사화합의 탑’ 앞에서 화합선언 기념 동판을 부착했다.

이번 무교섭 타결은 평화정공 계열사, 지역 49개 자동차부품업계의 노사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 김순창(50) 위원장은 한국노총 금속연맹 대구경북본부 의장을 맡고 있다.

1985년 설립된 평화정공은 종업원 480여 명에 매출이 2006년 2600억원, 2007년 290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기아자동차와 GM대우에 도어 부품을 공급한다. 계열사로 평화발레오·한국파워트레인·에이씨에스 등이 있다.

이 회사의 무파업 비결은 노사 간 신뢰가 핵심. 노조는 이번에 자재값 인상, 고유가, 업체 간 경쟁 등에 따른 회사 어려움을 감안해 무교섭 타결을 결정했다. 김 위원장은 “노조원의 애로사항을 먼저 청취하는 등 회사가 알아서 해 줘 교섭 때 특별히 밀고 당길 필요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배경을 말했다.

이 회사의 임금인상률은 연평균 3%대. 다른 회사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복지·근로조건 등을 따지면 결코 작은 인상률이 아니라는 게 노사 양측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3공단에서 지금의 성서4단지로 공장을 이전했을 때를 신뢰 사례로 든다. 식당은 카페식으로 꾸며졌고 공장은 작업자에게 편리하게 설계돼 있었다. 탈의실은 넓고 깨끗하며 사우나 시설은 고급이었다.

회사 측은 이전에도 운동시설을 운영하고 볼링 같은 각종 서클 활동 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중소업체로는 보기 드물게 대학생 자녀의 등록금을 지급하고 경영 관련 자료도 공개한다.

회사가 어려울 때 낮은 임금인상률 수용 등으로 화답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회사 측은 지난해 200%, 재작년에 250%의 성과금을 지급했다. 경영 관련 자료 공개 뒤 책정한 성과금이어서 노조 측은 반발하지 않았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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