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화제>英 100년 전통깨고 책 할인 판매 경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영국에서는 지금 100년 가까이 지켜져오던 도서정가제(NBA)가 무너지면서 도서할인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서점은 물론 식료품점까지 도서 할인판매 팻말을 내걸고 있다.
몇개월전 한 출판사의 할인판매가 도화선이 돼 무너지기 시작한영국 도서정가제는 이달 들어 하퍼콜린스.펭귄.랜덤사등 굴지의 출판사들까지 할인판매에 합류함에 따라 사실상 폐기상태에 놓였다.영국은 그동안 자율규제로 어느 책이라도 출판후 6개월까지는 정가 이하로 팔지 못하도록 했다.
이처럼 영국의 서점과 출판사들이 도서 할인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배경은 출판시장 최고의 대목인 크리스마스 경기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도서할인의 효과는 현재로서는 대단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영국 최대의 서점체인인 워터스톤의 앨런 자일스는 『19종의 도서를 할인한 결과 첫 3주동안 이들 도서의 판매고가 할인 시작 전 한주동안의 전체 도서판매고를 웃돌았다』고 전했다. 이 서점체인의 할인판매 목록에는 마틴 에이미스의 『정보』,샐먼 루시디의 『무어인의 마지막 한숨』,콜린 파월과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자서전 등이 올라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소형출판사나 소형서점은 도산의 불안에 떨고 있다.한편으로는 도서정가제 붕괴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문인들의 저항이 특히 거세다.출판사들이 할인경쟁을 벌이다보면 자연히 검증을 거친 기성작가들을 선호하게 마련 이어서 신인작가들의 출판기회가 좁아진다는 주장이다.또 서점이 철저히 베스트셀러 중심으로 도서를 진열할 것이기 때문에 전문서적이나 양서가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