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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생님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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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사람' 만드는 최고참 김정억 교사
제자 고민 해결 도맡아 양금선 교사


아이들이 말하는 진짜 선생님은 먼 곳에 있지 않다. 그저 학생들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주고 휴지를 먼저 줍는 그런 선생님이다. 그들은 항상 학생들의 곁에 있었다. 단지 드러내지 않았을 뿐…


■ 안양 평촌고 김정억 교사= 뙤약볕이 내리 쬐던 지난 8일 오후 안양의 평촌고. 교문 가까이서 작업복 차림의 나이 지긋한 아저씨 한분이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그에게 교무실의 위치를 묻고 발걸음을 옮기자, 또 어떤 아주머니가 다가서 “아저씨, OO마트가 어디예요?”하며 길을 묻는다.
  인터뷰 약속이 돼 있는 김정억(59) 교사는 수업 중이었다. 수업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교실로 향했다. 아뿔사! 그런데 김 교사가 방금 전 교문 앞 ‘작업복 아저씨’가 아닌가. 양복 차림으로 수학을 가르치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 기자를 힐끗 보고 살짝 미소를 던졌다. 그러곤 계속 수업을 진행했다.
  정년퇴임을 2년 남짓 남긴 김 교사는 아직 평교사다. 2년 전 고3 진학부장 및 교사 친목회장 등을 맡았으나 모두 후배 교사들에게 물려줬다. 그러나 매주 금요일 열리는 교사 연수 교육에는 빠짐없이 참가한다.
  김 교사는 1973년 3월 수원 수성중에서 처음 교단에 섰다. “정년까지 교단에 서겠다.” 그 날의 각오를 지금껏 되새겨 왔다.
  “교육청서도 일해 봤지만 승진을 위해 경력 쌓기에 연연하는 동료들이 안타까웠어요. 교사는 학생과 가장 가까이 있을때 빛을 낸다고 생각합니다.” 이때문인지 학생들 사이에서 그는 ‘진짜 선생님’으로 불린다.
  아직도 젊은 교사들과 똑같이 일주일 17시간 씩 교단에 선다. 학생들과 직접 눈을 마주치며 그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이 자리가 김 교사에겐 가장 소중하다. “학생들과 혼연일체가 되는 기분을 아세요? 그것에서 희열을 느낀다면 분명 교사가 맞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당장 그만둬야죠.”
  그는 몇년 전부터 담임을 맡지 않고 있다. 요즘 자신들의 담임을 맡아달라고 부탁하는 학생들이 있다. 잠깐 갈등이 있었지만 이제는 젊은 교사들에게 기회를 넘겨야 한다고 생각해 포기했다.
  평촌고 김종표 교감은 “지금도 김 선생님이 가장 일찍 출근해, 학교 주변 청소도 하고 아이들 등교를 지도한다”며 “같은 교사로 배울 점이 너무 많은 분”이라고 추켜 세운다.
  김 교사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건 ‘된 사람’이다. 그는 “인성이 잘 못 들어선 재능은 오히려 사회를 삭막하게 만든다”며 “학부모들이 이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고 강조했다.

■ 서울 언북중 양금선 교사=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은 저희에게 너무나 커다란 선물이었습니다. 사는 동안 내내 잊을 수 없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최근 언북중(서울 강남구·교장 이신우) 상담실에 한통의 엽서가 배달됐다. 양금선(48) 상담교사에게 보내진 엽서다.
  보낸 이는 올해 진선여고에 입학한 임시현(가명)양의 어머니 김정숙(45)씨. ‘왕따’를 당하며 학교 적응에 힘들어하던 딸을 지도해 준 양 교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것이다. 임양은 중 2학년 때 양 교사를 만났다. 뚱뚱한 외모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을 때였다. 동급생 등쌀에 점심도 못 먹는 상황이었다.
  양 교사는 매일 임양을 상담실에 데리고 와 밥을 먹였다. 치매를 앓고 계신 할머니와 걸핏하면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 그리고 할머니 병수발과 남편의 폭력에 지칠 데로 지친 어머니. 이런 가운데 임양은 비뚤어진 방향으로 빠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양 교사는 QT(Quiet Time:명상의 시간)에 임양을 초대했다. 수업 전과 점심시간 등 하루에 두 번 규칙적으로 갖는 QT에는 20명 정도의 학생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임양도 QT에 참여하면서 성격도 밝아지고, 자신을 따돌리던 친구들과 화해하면서 학교생활에 점차 적응하기 시작했다.
  “강남구가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 불우 청소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시현이도 그 중 한명이었는데, 이들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얘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기만 해도 좋아집니다.”
  올해로 교직 경력 24년의 양 교사는 언북중 상담실장으로 학생에 대한 봉사를 평생 사명으로 여긴다.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테레사 수녀처럼 살라’는 유언이 그를 이끌고 있다. 기독교인인 그는 최근 기독학생반을 만들었다. 특별활동시간 선택 때 20명 정원인데 학생 85명이 몰려 혼란을 빚기도 했다. 그의 인기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상담실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는 안동오(60) 교사는 양 교사를 두고 “지금까지 이분 같은 선생님을 본 적이 없다”며 “스스로 따르는 아이들을 보며 참 스승은 바로 이분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하고 느꼈단다.
  국어 담당인 그는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시 수업을 중시한다. 틈 날때 만다 자신이 지도하던 학생의 시 ‘후회’를 학생들에게 소개한다.
  ‘후회는 욕심의 흔적 이기적인 미련, 후회는 작은 상처, 모두 등지고 걸어간다.(중략) 지금도 후회한다. 하지말자고 다짐하면서 짊어진다면 알까? 하지만 후회는 옥돌이다. 후회를 맛본 사람들은 안다. 후회 뒤의 깨달음을….’
  양 교사는 자신의 봉사 경험을 담아 책 2권을 내기도 했다.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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