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가변하고있다>3.組織파괴 실적나쁜팀은 도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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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우중(金宇中)대우회장은 올들어 줄곧 부평 자동차공장으로 출퇴근하고 있다.공장 근처에 20여평짜리 아파트를 얻어 때로는 숙식도 현장에서 해결한다.
서울 시내에는 외국 손님과 만나는등 특별한 행사가 없으면 들어가지 않으며 따라서 서울역앞 그룹본부에도 나타나는 일이 거의없다.그는 올해초 『앞으로는 자동차를 전담하며 창업주이자 전문경영인으로서 상징적인 그룹회장직만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각 계열사는 전문경영인들에게 전권을 맡기겠다는 선언이었다.
지난해말 삼성부터 시작된 조직개편 바람이 현대.LG.대우.한화등으로 이어지며 그룹마다 전문경영인의 위상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또 계열사 수를 줄이고 소(小)그룹으로 묶어 「주력업종」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도 공통적인 현상이다.
〈표 참조〉 개편바람은 그룹 차원만이 아니다.
삼성물산에는 「사장 결재란」이 없다.담당자와 팀장.사업부장등3칸의 결재도장으로 의사결정이 끝난다.사장이 만물박사도 아닌데어찌 일일이 결재할 수 있겠느냐고 회사측은 반문한다.
LG상사에선 평사원들이 이사~차장급의 유니트(15개)長에게 바로 보고한다.이 회사는 매출이 85년 1조6,200억원에서 94년 5조3,600억원으로 3배이상 뛸 동안 종업원수는 3천명에서 3백명이 더 느는데 그쳤다.
회사 관계자는 『직원 개개인의 역할이 전보다 훨씬 중요해졌기때문에 윗사람이 모든 것을 꿰차고 있을 수 없게 돼있다』고 설명했다.코오롱상사는 「사내도산제」를 운영중이다.
사업본부마다 자본금을 배정한뒤 실적이 나쁘면 다음해에는 일단예산이나 인원을 줄이고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아예 팀을 없애는 철저한 「생존경쟁」식이다.매년 1~2개 팀이 사라지고 있다. 재계는 이같은 개편이 「불가피한 생존전략」이라는 시각이다.
공병호(孔柄淏)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 확장에 따라 발생하는 관리의 비효율(회장 지시가 말단사원까지 내려가지 않는등)을 치유하기위한 당연한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이경재(李炅在)한화그룹 문화팀장은『2개 기업을 합치면 관리비용이 줄고 시너지 효과도 생긴다』며『해외 거대기업과 맞서려면 우리도 계열사 통합등 덩치를 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개편의 성공여부.
생산성본부가 최근 경영혁신을 추진중인 국내 95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혁신에 대한 조직원의 반응은 호응층(37%)못지않게 저항층(24%)도 많아 주목됐다.
저항 이유로는 업무 부담(46%),변화에 대한 두려움(36%)등이 많이 꼽혀 사원들의「참여와 이해」를 구하는 경영층의 노력이 아쉬운 것으로 지적됐다.이와관련,김익택(金益宅)책임전문위원은 『환경 자체가 급변하고 있는만큼 변신은 불가 피한 것』이라며 『사업영역.제도등 물리적 개편 못지않게 조직원 스스로 변화의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된다는 인식등 화학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편의 부작용을 없애고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도 과제다.
이한구(李漢久)대우경제연구소장은 『회장.사장의 오너십을 대신할 계열사간.부서간 협동심이 새로운 과제』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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