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CCP 바로알기 <3> CJ제일제당 진천 공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5면

 CJ 제일제당 진천공장은 2007년 1월에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 지정을 받았다. HACCP 도입 후 회사가 얻은 가시적인 성과는 소비자 클레임(불만) 건수가 전년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 CJ 제일제당 진천공장(두부공장) 국주호 공장장은 “소비자의 인식이 좋아져 매출이 늘어났고, 직원들의 식품 안전에 관한 인식이 향상됐다”고 전했다. 포장 두부 시장은 2750억원가량. 이 중 CJ 진천공장의 점유율은 약 23%다. 연말까지 29%로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단다.

◇첨가물을 안 쓴다=국 공장장은 “소비자가 꺼리는 식품첨가물 사용을 최소한으로 줄인 것이 우리 두부의 장점”이며 “HACCP를 도입하지 않았다면 콩과 응고제(염화마그네슘)만으로 두부를 만들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천공장은 콩 불리기→맷돌로 갈기→콩물 얻기→간수 넣어 응고시키기 등 전통 방식대로 두부를 만든다. 어떻게 첨가물 도움 없이 두부를 만들 수 있었을까.

보통 두부 공장에서 응고제 외에 사용하는 첨가물은 거품을 없애는 소포제, 콩물의 응고 속도를 늦춰주는 유화제다. 진천공장은 이 두 첨가물을 제조 공정에서 빼기 위해 3년간 연구에 매달렸다.

소포제는 원료인 콩을 씻고 물에 담근 뒤 콩을 맷돌에 갈아 부수는 과정에서 사용된다. 소포제를 쓰지 않으면 거품이 너무 많이 생겨 도저히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천공장은 콩을 저온에서 불려 소포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거품을 없앤다.

콩에서 콩물을 얻는 방법은 냉콩물 방식과 온콩물 방식, 두 가지가 있다. 유화제는 온두유(콩물 온도 100도 이상) 방식으로 두부를 만드는 대부분의 두부공장에서 사용하는 첨가물이다. 뜨거운 두유에 유화제를 넣지 않으면 응고가 너무 빨리 진행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응고 속도 지연용 첨가물이다. 진천공장 류종현 부장은 “냉콩물 방식은 일본의 일부 공장이 도입하고 있을 뿐이며 두부 종주국인 중국에도 없는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두부 공장 HACCP의 주 관심사=진천공장에선 대장균·대장균군 검사를 실시한다. 최종 제품인 두부에서 대장균이 검출되면 ‘부적합’ 판정을 내린다. 두부 만드는 도중 열을 가하는 공정이 있으므로 이런 세균은 검출되지 않는다. 보호막(포자)에 둘러싸여 있어 가열해도 잘 견디는 바실러스 세레우스균(밀봉된 제품에서 잘 자라는 식중독균) 같은 놈은 살아남을 수 있다. 식품공전상 세레우스균은 1g당 1000마리 이하이면 판매가 허용된다.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는 “두부를 반드시 냉장 보관하고 유통기한(포장 두부의 경우 제조 후 10여 일)이 지난 제품은 아깝더라도 버리며, 개봉한 두부는 찬물에 넣어 냉장 보관하되 가급적 빨리 섭취하라”고 당부했다.

진천공장은 이물 방지를 위해 금속 탐지기와 X선 검사기를 제조 라인마다 설치해 놓았다. 깨진 베어링 등 금속이나 돌가루 등이 두부에 혼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직접 가보니=진천공장은 겉모습이나 내부가 전통 식품인 두부를 만드는 공장으로 보이지 않았다. 쾌적하고 현대식이다. 두부가 수분이 많은 제품인데도 공장 바닥에 물기가 없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두부 생산 설비에 물받이 시설을 갖추고, 물이 흐르는 공정은 배수로에 직접 연결시켜 바닥에 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한 덕분이란다. 천장 높이가 여느 공장보다 1.5배는 높아 시원해 보였다.

환기 시스템을 가동시켜 실내도 쾌적했다. 두부공장이라고 하면 ‘땀이 줄줄 나는 곳’이란 인식을 갖고 있었는데 이곳에선 더위를 못 느꼈다. ‘실내가 덥다’며 위생복·위생모를 부담스러워하는 직원은 눈에 띄지 않았다. 작업장은 강화 플라스틱으로 완전히 막혀 있어 외부에서 먼지가 들어올 틈을 찾기 힘들었다. 콩 냄새가 공장에 구수하게 퍼졌다.

충북 진천=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HACCP란=우리말로 ‘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 기준’이다. 식품안전을 위협하는 것을 제조공정에서 미리 걸러내자는 식품 안전관리 시스템. 유엔산하 국제식품규격위원회가 1995년 모든 식품에 적용하도록 권장하면서 확산됐다. 국내에도 1995년 도입돼 현재 382곳이 지정을 받았다. HACCP 마크가 붙어 있으면 ‘정부가 해당 제품의 위생·안전성을 보장한 제품’이라고 여기면 된다.

협찬:


식품의약품안전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