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비디오테크 베를린영화제수상작 3편 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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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세계는 절망적이며 고독한 인간의 탈출구는 어디에도 없는 것일까. 중앙비디오테크가 최근 베를린영화제 수상작시리즈로 출시한 『베로니카 포스의 갈망』『어돕션』『웨더비』등 세편의 비디오는 각기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한 유럽감독 세 사람의 세계관이 「암울함」이란 공통점을 지녔음을 드러내준다.
『베로니카 포스의 갈망』은 한창나이에 요절한 독일의 천재감독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어돕션』은 현대 페미니즘영화에서 빼놓을수 없는 헝가리 여성감독 마르터 메사로시,『웨더비』는 충격적인 불륜을 다룬 영화 『데미지』의 원작자로 유명 한 영국감독 데이비드 헤어의 대표작이다.세편 모두 인간의 고독,위선적인 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82년 37세에 약물중독으로 요절한 파스빈더는 전후 독일의 위선을 어둡고 폭력적인 영상을 통해 드러낸 뉴 저먼 시네마의 기수.그의 작품중 78년작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이 지난해 처음 국내 개봉됐을 뿐 거의 소개되지 않았으며,이 번에 출시된『베로니카 포스의 갈망』 역시 영화 매니어들이 구하기 어려웠던걸작이다.
전후 독일을 배경으로 한 3부작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롤라』의 마지막 편인 『베로니카 포스의 갈망』은 82년도 그랑프리 수상작.55년 뮌헨을 무대로 마약중독에 빠진 왕년 톱스타 여배우 베로니카의 절망적인 상황을 독일 역사에 빗 대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베로니카를 둘러싼 주변의 음모가 끝까지 규명되지 못한채 비극적으로 끝나는 결말이 고독과 절망으로 가득찬 세계를 그려낸다.81년작이면서도 흑백으로 촬영해 어두운 분위기를 잘 살렸다.
75년 수상작인 『어돕션』은 색다른 시선의 페미니즘 영화.헝가리 여성감독인 마르터 메사로시는 『여성의 시선으로 사물들을 그리는 것이 내 영화의 초점』이라고 밝힌 적이 있듯 여성적인 경험을 토대로 남성지배체제의 전복을 모색한다.
「입양」이란 뜻의 『어돕션』주인공은 42세의 미망인 카타.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그녀는 그의 아이를 갖고 싶어하나 애인의 반대로 절망한다.그녀는 안나라는 역시 고독한 소녀를 알게 되고두 사람은 세대차를 넘어 여성들만의 우정과 애정 을 쌓아간다.
중년여성과 10대소녀의 절망적인 외로움이 흑백 화면을 통해 잔잔하게 묘사되는 이 영화는 카타가 여자아이를 입양하는 것으로 끝난다.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주연의 『웨더비』 역시 대화의 단절,섹스와 폭력등 고독에 대한 탐구가 주제.추리기법을 동원해 풀어가는 전개방식이 독특하다.(751)9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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