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장관이 소개한 방미 뒷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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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통령이 4월 17일 워싱턴 미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미 상의 및 한·미 재계회의 공동 주최 만찬에서 토머스 도노휴 미 상공회의소 회장<中> 등 참석자들과 건배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명박 대통령 방미 기간 중 상공회의소 주최 만찬 때 쇠고기 메뉴가 나왔다. 심지어는 메뉴에 괄호를 치고 ‘몬태나 비프(Montana Beef)’라고 일부러 강조해서 써 넣었더라. 그때 미국이 쇠고기 문제에 얼마나 민감한지 절실히 느꼈다.”

유명환 장관은 인터뷰에서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때 있었던 일화들을 소개했다.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직후인 지난달 17일 상공회의소 주최 만찬 때의 얘기다. 정·재계 인사 70∼80명이 참석한 이날 식사의 주 메뉴는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스테이크 요리였다. 그 재료를 몬태나에서 공수해 온 것이었다. 다름 아닌 맥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의 작품이었다. 보커스 위원장은 “한국이 쇠고기 수입을 재개해 주지 않으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협력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피력해 온 사람이다. 그의 지역구가 바로 목축업이 가장 성한 지역인 몬태나인 것도 한 배경이었다.

“웃기도 많이 웃었지만 우리가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나왔다고 수입을 중단한 데 대한 느낌을 그런 식으로 표현한 것 같았다”고 유 장관은 말했다.

유 장관은 또 “캠프 데이비드에서 참 운이 좋았던 게 날씨였다”며 “원래는 고지대여서 밤에는 추워지는데 이 대통령이 묵을 때엔 날씨가 따뜻했고 보름달이 휘영청 떠 정취가 아주 그만이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저녁 만찬을 끝낸 뒤 두 정상은 카트를 타고 각각 숙소로 이동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온 이 대통령이 “날씨도 좋은데 우리는 걸어가겠다”고 하자 부시 대통령 내외가 “그럼 같이 걸어가자”고 동의해 일행은 함께 산책을 하게 됐다. 덕분에 두 정상이 나란히 걸어가다가 경치 좋은 곳이 나오면 나무 아래서 같이 사진 촬영도 하면서 더욱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18일 밤 캠프 데이비드의 영내 볼링장에선 양측 수행원들이 참가한 즉석 한·미 볼링 대회가 열렸다. 유 장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김병국 외교안보 수석이 조슈아 볼턴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볼링 시합을 한 것이다. 유 장관은 “볼턴 비서실장의 성적이 제일 좋았고, 김 수석, 이 장관, 해들리 보좌관의 순이었다. 나는 스코어가 97로 꼴찌였다”고 전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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