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가격 안정 쉽지 않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시대 올 수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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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호 16면

매년 3~5월에 다음해에 쓰일 콩 15만t을 확보해온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아직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세 차례나 입찰 공고를 냈지만 계약이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농수산물유통공사 강계원 차장은 “입찰에 응한 업체는 3~4곳 되지만 다들 터무니없이 높은 값을 요구했다”며 “국제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시간을 두고 적당한 업체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식량기지 건설 왜 불거졌나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곡물 수급에 빨간 불이 켜졌다. 돈이 있어도 곡물을 살 수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06년 7월 t당 267달러 하던 콩의 국제 가격은 3월에 462달러까지 뛰었다. 같은 시기 181달러 하던 밀도 두 배 넘게 비싸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외 식량기지를 건설해 곡물을 확보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곡물 가격이 상승하는 원인은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바이오에너지가 각광받으면서 옥수수 등 곡물이 에너지 자원으로 쓰이게 된 까닭이다. 돼지고기 1㎏을 생산하는 데는 옥수수 9㎏이 필요하다. 반면 공급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만한 계기는 보이지 않는다. 곡물 가격이 안정되기 쉽지 않은 만큼 해외 식량기지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해외 식량기지 건설에 앞서 국내 농업부터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단기적으로 투기 수요 때문에 곡물 가격이 치솟는다는 견해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국제자본이 곡물 시장에 유입됐다는 것이다. 미국 농무부도 올해나 내년을 기점으로 가격 상승세는 한풀 꺾일 것으로 내다본다. 동아대 황연수 교수는 “해외 식량기지 건설국가로 거론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등 대부분의 국가가 농산물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곡물민족주의가 심해지고 있는 만큼 국내 농업 개발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설광언 한국개발연구원 부원장은 “식량 문제는 안보로 이어진다”며 “새만금 간척지를 원래대로 농지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해외 식량기지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농림수산식품부 식량정책과 김민욱 사무관은 “해외 식량기지 건설은 식량 위기라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보험에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진근 해외농업개발포럼 위원장은 “일본처럼 식량기지 개발이 확정되면 상대 국가에서 수출 제한 조치를 내리지 않도록 국가 간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의 방법을 활용하면 정치적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며 “농지 면적 등을 고려했을 때 국내 생산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해외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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