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구성동(九城洞)’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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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구성동(九城洞)’ - 정지용(1902~50)

골작에는 흔히

유성(流星)이 묻힌다

황혼에

누뤼가 소란히 싸히기도 하고,

꽃도

귀양 사는곳,

절터ㅅ드랬는데

바람도 모히지 않고

산(山)그림자 설핏하면

사슴이 일어나 등을 넘어간다.


구성동은 금강산에 있다 했겠다. 골짜기가 하늘을 향해 트이고 폭포 소리가 가득한 기슭에 약초들의 향기에 옷깃이 맵다는 옥류동도 품고 있다 했겠다. 초보 운전자가 너덧 번을 왔다갔다한 끝에 간신히 주차를 시킨다. 애를 많이 썼겠다. 오늘 하루는 조심스러운 저 초보운전자처럼 물소리에 이가 시린 구성동에나 가자. 구성동 깎아지른 절벽에 서서 탕탕한 호연지기를 길러나 보자. 마음의 저편 유배지에 모여 있는 물집 잡힌 마음들을 불러 모아 꽃도 귀양 하는 구성동에나 가서 사슴의 잔등이나 쓸어나 보자. <박주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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