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對北정책 왜 강경해졌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대북정책이 눈에 띄게 강경해지고 있다.최근 베이징(北京)3차 남북회담에서 우리 대표단이 그 어느때보다 명확하게 제3국이 아닌 「한반도 내에서의 회담개최」 원칙을 고수한 것도 金대통령의 달라진 대북관이 반영된 것이다.
정부가 오랜만에 열린 남북회담에서 無성과라는 부담을 각오하고서 강경한 자세를 취한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북한에 쌀을 보내는 과정에서 발생한 인공기 강제게양사건과 수송선 억류사건등은오히려 현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신감만 불러일 으킨 셈이 됐다.『외국에서 쌀을 사서라도 주겠다』는 金대통령의 발언도 6.
27 지방선거에서 감표요인으로 작용했다.
金대통령도 이런 여론의 추이를 여러 채널을 통해 보고받았다.
그런데도 북한은 대남비방을 지속하고 있으며 쌀회담 이외의 남북대화에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북한은 수해복구 지원을세계 각국에 호소하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요청을 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일 『金대통령은 협상팀이 회담성과에 신경쓰자「북한에 대해서는 결연할 때에는 결연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며 꾸지람에 가까운 지시를 했다』고 전했다.金대통령은 최근 수석회의에서 북한 수해지원문제가 거론되자 『신 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침을 밝혔다.
金대통령은 자꾸 주기만 하고 돌아오는 것은 없는 남북쌀회담을더이상 지속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한국에 대해서만은 유독 뻣뻣한북한의 태도를 이번 기회에 길들이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다진 듯하다.또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둔 현시점에서 국민여론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고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정부의 대북정책은 통일지상론자의 입장에서는 늘 미흡한 것으로 간주되며 보수론자의 입장에서는 불안해 보인다.어느쪽도 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베이징 쌀회담은 3차로서 끝났으며 북한에 대한 쌀 추가지원은없다는 방침을 굳힌 것도 같은 배경이다.남북회담의 장소를 한반도내로 끌어들이고 회담 참석자의 格도 정부차원으로 올리는 등 성의를 보여야 국민들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 을 수용할 수있다는 것이 정부의 최종 입장이다.
북한이 이런 남측의 제안을 거부해 당분간 남북회담이 열리지 않는 상황도 감수하겠다는 자세다.金대통령의 이런 입장은 최근 일련의 보수로의 선회움직임과 맥이 닿아 있다.
金대통령은 1일 국군의 날 행사에서 6.25 참전용사와 재향군인회 원로,국가 유공자 가족들에게 『잠시 일어나 주십시오』라고 한 뒤 『여러분과 전우,그리고 그 가족들이 흘린 피와 땀과눈물에 조국은 언제나 경의를 표할 것』이라며 박 수를 유도하기도 했다.내년 국방예산의 두 자리수 증가율도 金대통령의 의지로관철되기도 했다.
북한이 당장에야 우리측 제의를 거부하겠지만 내부 사정상 오래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金斗宇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