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광우병 대응 질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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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명박 대통령이 7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업무보고를 마치고 도청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로 오리고기를 먹고 있다. [사진=김경빈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에 본인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7일 밤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긴급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전북도청 업무 보고와 군산조선소 기공식에 참석한 뒤 귀경해 수석들을 불러 광우병 논란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회의는 오후 6시10분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됐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최근 광우병 논란에 대한 정부 대응이 미숙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앞으로 청와대가 종합적인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각 부처에서 분야별 현안에 매달리다 보면 간과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그런 사안은 청와대에서 챙겨야 한다”며 “더욱이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장관들도 경험이 부족한 면이 있는 만큼 수석들이 각별히 신경을 써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그러면서 “일을 좀 더 치밀하고 꼼꼼하게 할 필요가 있다. 현장 중심으로 생각해야지 안일하게 대응해선 안 된다”고 질책성 발언도 했다고 한다.

회의에는 김중수 경제수석 등 수석비서관들과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 김희중 제1부속실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오전 전북도청을 방문해서도 쇠고기 문제를 언급했다. 지방자치단체 업무 보고 첫 일정이었다.

이 대통령은 “철저히 하겠다” “어떤 것도 국민 생명과 바꿀 것은 없다” “걱정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강력하게 대처하겠다” 등 강한 표현을 동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말이 재협상 가능성을 언급한 건 아니다”며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세력에 대해 오히려 강하게 반론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확산되고 있는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도 대통령의 관심사였다. 그는 업무 보고 전 티타임에서 ‘닭 소비가 40%가 줄었다’는 보고를 하자 “홍보를 좀 해야 하지 않나”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동석한 김홍국 하림 회장을 보며 “우리는 청와대에서 삼계탕을 자주 먹는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모두 먹을 수 있도록 닭을 좀 보내 달라. 나도 가서 먹을 테니… 오리가 몸에 좋다”는 말을 했다. 점심 메뉴는 오리보쌈이었다.

◇“나는 지방자치단체 편”=이 대통령은 이날 “난 지방자치단체장(서울시장) 출신”이라며 “대통령이 됐지만 난 지방자치단체 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지역 특성에 맞도록 발전하고자 하는 16개 시·도의 노력에 비례해 지방정부에 지원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업무 보고 뒤 전북 군산의 현대조선소 기공식에 참석한 이 대통령은 공장 건물 외벽에 붙어 있는 ‘우리가 잘되는 것이 나라가 잘되는 일이며, 나라가 잘되는 것이 우리가 잘살 수 있는 길이다’는 문구를 가리키며 “고 정주영 회장이 살아 계실 때 울산조선소 공장 벽에 붙어 있던 것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은 기업이 오면 존경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서승욱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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