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입양 아동 47명 돌본 위탁모 성정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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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대한사회복지회가 주최한 ‘위탁가정의 날’행사에서 성정순씨가 아이를 안고 있다.

서울시 강동구에 사는 성정순(52·여)씨의 거실 벽면에는 스무 개의 가족 사진이 걸려 있다. 모든 사진 속에는 성씨의 두 딸(26, 24)과 막내 아들(19), 그리고 어린 아기가 함께 있다. 최근에 찍은 것일수록 두 딸과 막내 아들은 나이가 든 모습이다. 하지만 아기들은 3개월에서 돌을 넘기지 않은 갓난이다. 모두 성씨가 대한사회복지회에서 위탁받아 기른 아이들이다. 성씨는 11년 동안 47명의 아이들을 받아서 입양 전까지 키웠다.

7일 대한사회복지회는 ‘위탁 가정의 날’ 행사를 열었다. 180명의 위탁모들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는 성씨 등 10명이 근속상을 받았다.

2003년 성씨가 위탁받은 김미애(당시 6개월)양은 배에 커다란 흉터가 있었다. 태어나자마자 장이 좋지 않아 수술을 했기 때문이다. 미애는 팔과 다리에 힘이 없었고 우유도 잘 못 마셨다. 성씨는 매일 아기의 자그마한 팔과 다리를 주물렀다. 성씨는 “아이는 아프다고 울고 나는 아이가 불쌍해서 울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내가 배 아파 낳은 아이가 아니지만 키우면서 마음 아픈 것은 내 아이 못지않았다”고 말했다. 성씨는 뼈만 앙상하게 남았던 체중 2.2㎏의 김동균(당시 1개월)군도 맡았다. 미숙아인 동균이는 젖병을 한 모금 빨면 입주변이 푹 파여 숨이 넘어갈 듯 힘들어했다. 성씨는 팔이 아파도 한 시간 동안 젖병을 들어 동균이에게 우유를 먹였다. 결국 동균이는 7개월 만에 7㎏으로 몸무게가 늘었고, 3개월 뒤 미국으로 입양을 갔다.

아이를 떠나 보내는 일은 위탁모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성씨도 첫 아이를 보내야 했을 때 가족과 함께 모여 엉엉 울기도 했다. ‘아이가 잘 적응하고 있을까’ 하는 걱정에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그 때문에 위탁모를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성씨는 “뼈밖에 남지 않은 동균이를 잘 먹여서 살을 붙여 주는 일은 그 아이에게는 새 생명을 주는 일과 마찬가지”라며 “따뜻한 엄마 품을 모른 채 외국으로 떠나는 아이들이 있을까봐 이 일을 그만둘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위탁 가정의 날’ 행사에는 1976년 미국으로 입양된 캐디 사코(31·여)도 참석했다. 사코는 “이들이 없었으면 많은 아이가 가정을 느끼지 못하고 해외로 떠났을 것”이라며 “아이들의 인생에서 소중한 경험을 준 고마운 어머니들”이라고 말했다. 대한사회복지회 국외입양부는 성씨 같은 ‘고마운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다. 02-552-7740. www.sws.or.kr

박유미·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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