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궁 “중국이 텃세 부려봤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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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양궁 남녀 대표팀의 이창환<右>·곽예지가 7일 태릉선수촌 양궁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실전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만원 관중을 가상한 현수막을 뒤에 내걸었다. [뉴시스]

베이징 올림픽에서 양궁 대표팀은 금메달 싹쓸이(4개)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한 수 아래로 여겨지던 중국의 도전이 만만찮다. 중국은 지난달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2차 월드컵 준결승에서 한국을 218-215로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다. 올림픽 첫 양궁 금메달을 노리는 홈팀의 방해공작이 극심할 것은 자명하다.

이에 맞선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 훈련의 핵심은 ‘시뮬레이션’이다.

대한양궁협회가 가상훈련 시스템을 공개한 7일 태릉선수촌 양궁장. 선수들의 시선이 가는 방향에는 베이징 올림픽 양궁장의 관중석 사진을 인쇄한 대형 롤 블라인드가 설치됐고, 선수들의 뒤쪽에는 스피커 7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베이징 올림픽 양궁장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협회 직원들은 지난해 8월 베이징에서 열린 프레올림픽에 동행해 경기장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일일이 촬영한 사진들은 고스란히 블라인드에 옮겨졌다. 1억원의 비용은 대한체육회가 지원했다.

시각뿐 아니라 청각까지 동원된다. 화살이 과녁에 꽂힐 때마다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가 흘러나왔고 관중들의 잡음까지 완벽하게 재현됐다. 같은 점수를 쏘더라도 상대 선수와의 점수차에 따라 관중 반응을 달리하는 등 세밀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았다. 시연에 나선 남자 대표팀 박경모(33·인천계양구청)는 “프레올림픽에도 다녀왔는데 실제 경기장과 유사하다. 나도 모르게 긴장됐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경기 당일 중국 관중은 5000여 석의 경기장을 가득 메워 열광적인 응원을 펼친다. 관중석과 사대는 3∼4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한국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고 신경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다. 이러한 중국의 홈 텃세를 극복하기 위한 훈련도 다양하다.

대표팀은 야구장·축구장 등을 다니며 실전 감각을 다졌다. 지난달 24일에는 특수요원들이 받는 군사훈련을 하며 담력을 키웠다. 올림픽을 한 달 앞둔 7월에는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에서 실제로 관중을 모아놓고 모의 경기를 할 예정이다. 양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구성된 OB팀과 상금을 걸고 한판 대결을 펼칠 것도 계획하고 있다.

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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