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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중기청 지자체 이전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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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방중소기업청을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업무 중복을 방지하자는 데 가장 큰 이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역에 소재하는 기업에 대한 실상을 해당 지자체가 가장 잘 알 것이라는 추론도 작용했을 것이다.

필자의 견해로는 지방중소기업청을 지자체로 이관하는 것은 중소기업정책의 실효성을 크게 훼손하고, 나아가 중소기업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첫째로 중소기업정책은 단순히 지역의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지원 업무만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의 타 산업정책, 거시경제정책과도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이 직면하는 불공정 거래, 원자재 난, 환율 등의 문제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해결하기 힘든 문제다.

둘째로 기업활동은 결코 특정 지역 내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중소기업 지원 업무를 지자체로 이관하는 경우 특정 지자체의 경계를 넘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선 관할 기관이 달라 매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충남 지역에 소재하는 기업과 서울에 있는 대기업 간 불공정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지자체가 달라 문제 해결에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셋째로 현장을 중시해야 하는 중소기업 정책 입안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해 정책에 반영하는 매개체 역할은 지방 중기청이 하고 있다. 만일 지방 중기청을 지자체에 이양하는 경우엔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 수립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방 공무원의 순환 보직 근무에 따라 중기정책 수립에 절실한 전문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

중소기업 지원 업무는 창업, 기술 개발, 자금, 판로, 구조 개선 등 다양한 전문성이 요구된다. 이러한 업무에 대한 전문성은 상당한 노하우와 경험, 지식 축적을 통해 이루어진다. 물론 중소기업청도 순환보직 근무를 하지만 중소기업과 관련 분야 내에서 순환근무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지방자치제를 보다 폭넓게 실시하고 있는 미국을 포함한 많은 선진국에서 중소기업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지방중소기업청을 중앙정부 소속으로 둔다는 사실도 현재 지방중소기업청의 지자체 이양 논의는 충분히 재고할 이유가 된다.

물론 이번 기회에 현재 지방중소기업청에서 실시하는 지원 업무 중에서 지자체가 보다 높은 역량이 있다고 판단되는 지역의 특수적 중소기업 지원 업무를 선별해 지자체로 이양하는 문제는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도 함께 제기하고 싶다.

김홍기 한남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