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258 - '끼'와 '바람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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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가 있다'라고 하면 두 가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그 사람의 '이성 관계가 문란함'을 암시하는 말일 수 있다. "그 사람 학교 때부터 끼가 있었는데 결국 다른 사람의 가정을 깨뜨리고 말았군" 같은 경우다.

또 하나는 좀 더 긍정적인 의미로, 사전에 따르면 '연예에 대한 재능이나 소질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요즘은 연예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까지 '끼'란 말이 확대 적용되고 있다. "'끼'는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감각적 재능이자 재주 있는 사람들의 기지와 솔직함의 표현이다"와 같은 경우다.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위한 한 요소로 '끼'가 꼽히기도 한다.

이처럼 자주 사용되는 '끼'와 관련해 잘못 쓰기 쉬운 말이 명사 다음에 '-기(氣)'가 붙는 것들이다.

"케네디의 죽음으로 대통령 직을 승계한 린든 존슨 대통령 역시 케네디 못지않은 '바람끼'를 자랑했다." "음악회가 시작되자 '장난끼' 가득한 얼굴이었던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에 호기심을 가득 채우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원래 제가 '건달끼'가 좀 있어요. 솔직히 말하면 일하는 것보다 노는 게 더 좋아요."

위 예문의 바람끼.장난끼.건달끼 등은 원래 한자음을 살려 바람기.장난기.건달기 등으로 써야 한다. 글머리에 나오는 '끼'나 바람기.장난기의 '-기'가 모두 같은 '기(氣)'에서 나왔지만 달리 적는 것이다. "시장기가 느껴지다" "소금기 품은 바람" "화장기 없는 얼굴" "기름기 적은 고기" 등에서의 '-기'도 마찬가지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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