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연의 청와대 리포트] 대통령실장·경호처장 청남대 찾은 까닭은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충청북도 청원군 대청댐 부근 약 1845만㎡의 면적에 지은 청남대 본관 전경. 1983년 완공돼 20년간 대통령 별장으로 사용하다 2003년 일반인에 전면 개방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들은 국정 운영의 중대 고비에서 청남대에 머물며 정국 구상을 한 뒤 이른바 ‘청남대 구상’을 발표하는 경우가 잦았다. [중앙포토]

청와대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김인종 경호처장이 3일 조용히 청남대를 찾아갔다. 충북 청원군에 자리 잡은 청남대의 본관 일대를 대통령 별장으로 다시 활용하는 방안을 찾으려 현장을 둘러봤다. 평소엔 관람을 허용하되 필요할 때마다 영빈관으로 활용하는 방식도 검토했다. 전날 청와대의 전국 시·도지사 회의에 참석한 정우택 충북 지사는 “원칙적으로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대통령 별장 혹은 국빈 영빈관 건립에 나설 듯한 태세다. 청남대 재활용이 우선 검토 대상이다. 청남대는 남쪽 청와대란 뜻이다. 1983년 전두환 대통령 지시로 대청댐 부근 55만 평에 만들어졌다. 20년간 대통령 별장으로 사용되다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4월 일반인에게 전면 개방됐다. 충북도가 관람료를 받고 운영 중인데, 적자가 매년 10억원을 웃돈다. 이와 함께 청와대와 가깝고 경호에 편리한 총리 공관, 헌법재판소장 관저, 남북대화사무국 중 하나를 영빈관으로 리노베이션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어쩌면 청와대 인근 군 부대나 대통령실장 관저가 영빈관으로 탈바꿈할지도 모른다. 내부 공사로 새 단장한 실장 관저엔 류 실장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우리도 캠프 데이비드(대통령 별장)나 블레어 하우스(영빈관)를 갖게 된다. 이 대통령의 캠프 데이비드, 블레어 하우스 숙박 경험이 이런 움직임의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최근 “우리도 외교를 하려면 정성을 많이 쏟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캠프 데이비드 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었다.

문제는 여론이다. 일각에선 격조 있는 외교 공간의 필요성에는 동의한다. 중국엔 댜오위타이(釣魚臺), 일본도 황궁에서 15분 거리에 영빈관이 있다. 스페인·폴란드·우즈베키스탄·알제리·핀란드 등 우리보다 경제력이 뒤지지만 영빈관이 있는 나라도 많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총리급 이상 국빈은 61명이고, 증가 추세다.

‘노 홀리데이’를 이어가고 있는 ‘새벽 정부’ 대통령에게 휴식 공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 별장은 이승만 대통령 시절부터 김해를 비롯해 4곳이 있었다. 하지만 김영삼 대통령 때 모두 폐쇄했고 청남대만 남겼다. 청남대를 개방한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에서 휴일을 보냈다. 재임 5년간 외부에서 여름 휴가를 보낸 게 단지 두 번이다.

반론도 있다. 청남대를 대통령 별장으로 복원하면 시민에게 열렸던 공간을 다시 닫는 데 따른 눈총이 따가울 수 있다. 영빈관을 건립하자면 예산 문제도 따른다. 매일 사용하는 게 아니므로 유지·관리 비용이 발생한다. 민생과 직결되지 않는 사안에 세금을 쓴다는 목소리가 커지면 추진 자체가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 청와대 내에서는 세계적 CEO를 초청한 기업이 함께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자는 의견도 나온다. 실용정부 개념에도 맞고, 예산 낭비 부담에서도 자유롭다는 얘기다.

최상연 청와대 출입기자

[J-HOT]

▶강재섭, 권영세·나경원 의원과 함께…대권 모색?

▶한나라당 원내 지도부 '홍&임' 콤비 뜨나

▶"전쟁 5~6일 만에 北전투기 대부분 사라져"

▶정세균의 '대세론' 이냐, 추미애의 '바람'이냐

▶MB "국정원, 지난 역사 속 잦은 외도 반성해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