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시대에 맞는 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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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추석이 지나기가 무섭게 어느새 가을이 다가왔다.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 어김없이 찾아왔다.계절이 바뀌면 그 천기의 변화에 순응하는 자연처럼 우리 사회도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하며 대처하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국가와 사회 또는 기관이나 기업이 가지고 있는 규제는 내용과질서를 담기 위해 필요한 틀과 그릇으로서 반드시 필요하다.규제가 없다면 일정한 체계가 세워지지 않고 일이 공정하게 처리되지못하면서 결과적으로 사회 모든 분야에서 혼란을 불러 일으킨다.
이러한 혼란과 비리를 없애기 위해 우리나라는 60,70,80년대에 걸쳐 경제.산업.교육 및 사회의 여러분야에 많은 규제를만들었다고 본다.그러한 여러 규제의 틀아래서 교육받은 숙련된 많은 기술인력과 산업화 정책등으로 우리는 세계속 에서 생산성 1위라는 높은 경제성장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21세기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우리는 당시의 그러한 여러 규제들이 과연 새로운 시대를 담을 수 있는 규제들인지 생각해 볼 때가 온 것 같다.
최근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에서는 우리나라 생산성은 세계1위지만 국제 경쟁력은 48개국중에서 24위라는 통계를 발표했다. 또한 규제 및 폐쇄성이 무척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그리고지금까지 국제 경쟁력에서 일본이 계속 1위를 차지해 왔으나 3년만에 미국이 3등에서 1등으로 경쟁력을 회복했다고 한다.그 주된 요인중에 하나가 각종 경제에 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창의성과 진취성은 규제나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창조적인 삶에서 나타난다.우리는 때로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어도고정관념의 틀과 낡은 규제로 인해 사장되고 마는 경우가 있다.
낡은 규제들이 새로운 발전이나 도전을 막고 있는 것이다.규제가장애요인이 되어서는 시대에 맞게 적응하는 신속한 적응력은 나오지 못한다.시간을 초월하는 영원한 규제란 있을 수 없다.
즉 그 시대에 생긴 규제들은 어느 한 시대의 상황과 필요에 의해 생긴 것이다.어릴 때의 옷을 성인이 되면 입을 수 없는 것처럼 고속성장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는 속히 벗어버려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모든 것이 급속하게 변화해 가고 있다.이러한 빠른 변화의 흐름속에서 국가들은 서로 치열한 경쟁에 임하고 있다.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규제의 완화가 시급하다.우리가 가지고 있는 많은 규제들이 신속한 발 전에 성장의 틀을 주고 있기 보다 성장을 얽매는 사슬이 되고 있지는 아니한가 검토해 보아야 한다.
규제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민감성과 유연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산업안전과 환경분야등 오히려 강화해야 할 사회적 규제들도 있다.
국제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소극적이고 느린 대응보다 적극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다시 말해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과감하게 단행해야 할 또 하나의과제,그것이 시대에 맞는 규제다.
현재까지 시행됐던 우리나라 입시 및 학교운영의 여러 교육법과규제들은 49년 제정된 이후 교육정책의 변화에 따라 36차례나개정됐다.그러나 이제 국제사회에 걸맞은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교육제도가 요구된다.다행히 이번에 발표된 5.31교육 개혁안은 대학의 자율화 및 특성화를 위해 걸림돌이 될만한 여러 규제들을 완화했다는데 그 의의가 크다.또한 교육부는 이후에도 앞으로 「교육규제완화위원회」를 설치해 교육규제 전반에 걸쳐 사전 심의.평가를 제도화하려 하고있다.교육의 낡은 틀을 벗으려는 적극적 시도로서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이러한 교육 규제완화의 방향은 국가나 교사 중심의 교육이 되기 보다 교육 수혜자인 학생과 학부모 중심의 교육체제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시대를 담을 수 있는 규제,변화와 발전에 적극 대처해나가는 규제들로 과감하게 바꿔 나갈 때 그러한 규제들은 우리의창의적이고 진취적인 활동을 막는 것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행복과 국가의 기반을 다지는 새로운 체계로서의 규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韓東大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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