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역부족 종합과세 전산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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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범위와 대상을 정하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정해진대로 세금을 잘 거두는 문제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지금까지 국민적 관심은 전자(前者)에만 모아졌지만 그 대강이 결정된 만큼 이젠 후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정부의 세금종합전산망이 금융소득 종합과세라는 획기적인 개혁정책을 수행하기에는 아직 역부족(力不足)이라는 분석은 그런 점에서 우리의관심을 끈다.
국세청은 내년말까지 완성될 종합과세 전산망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낙관하는 것같으나 우리는 좀 더 완벽하고 편리한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본다.기왕의 종합소득세 전산망에 금융기관 전산망을 연결하기 전이라도 납기때마다 자료를 제출받 아 입력하면문제가 없다는 생각은 안일하다.이왕 시작하는 역점사업이라면 좀더 충실한 하드웨어적 뒷받침을 요구하는 것이 오히려 참된 당로자의 자세다.「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4천만의 소득명세 내손 안에 있다」는 자세를 가져달라는 것이다.
이런 말을 국세청이 피도 눈물도 없이 세금을 거둬들여도 좋다는 뜻에서 하는 말은 아니다.오히려 누락과 치우침이 없는 공평과세의 원칙을 실현하려면 주먹구구식 징세(徵稅)를 경계해야 된다는 뜻에서 하는 말이다.과학적 자료가 뒷받침되는 세정(稅政)만이 납세자를 납득시킬 수 있는 것이다.더구나 장차 토지종합전산망과도 연결시켜 보다 완벽한 소득자료를 갖추는 것이 필요할텐데 벌써부터 전산망체제 구축에 부담을 느끼면 안된다.세무공무원에 대한 첨단 시스템의 교육을 강화해 서라도 복잡다기(複雜多岐)한 전산망에 친화(親和)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방관서의 세금횡령 사건에서 보듯 거둔 세금조차 국고로 들어가지 않는 사례가 너무나 많다.전산망이 미비하면 등재누락같은 원천적으로 세금포탈이 보장되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94년의 지하경제(地下經濟)규모는 국민총생산의 8.8%,26 조원에 이른다는 공식통계가 엊그제 나왔다.전산망의 완비를 통해 이 가운데10%만 징수하는데 성공해도 이번 세법개정으로 줄어든다는 1조원의 내국세 수입을 메우고도 남는다.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서라도 전산망은 충실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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