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심야영업은 市.도지사 권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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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심야영업 규제철폐 여부가 느닷없이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도하 각 신문의 사설이 다루고 있는 것만 봐도 그 소식이 갖고 있는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심야영업을 규제하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이것이 과연 문제가 된다면 누구에 의해 어떤 절차를 밟아 부각돼야 하느냐를짚어볼 필요가 있다.
발단에 인용된 것은 민자당 정책위원장의 말이었다.『당정은 그동안 국민불편 해소 차원에서 수차례 논의를 거친 결과 심야영업규제를 푸는 데 의견일치를 보고 이같은 당정의 입장을 정리키로했다』는 것이었다.『심야 영업 전면 허용을 유 보한다』『술집 유흥업소는 허용대상에서 제외했다』라는 내용의 발언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민자당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지방화 시대에 맞지않는 중앙집권 시대의 발상이다.
법적근거를 찾아보자.
89년 개정된 현행 식품위생법 30조,그리고 시행령 35조를보자. 30조는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장관은 공익상 또는선량한 풍속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영업자중 식품접객업을 하는 자에 대하여 영업시간 또는 영업행위에 관한 필요한 제한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이다.
또한 시행령 35조는 『보건사회부 장관은 이같은 권한을 시.
도지사에 위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 경우 법을 제치고 초법적 행정지시가 유효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90년 범죄와의 전쟁 때였다.
내무부와 보사부 장관 공동명의로 내린 「심야.퇴폐.변태 영업행위 단속강화 등에 관한 특별지시」공문 하나로 전국에 획일적 규제가 가능했었다.그것이 금년 8월10일까지 유효했다.
그러나 불과 1개월 전인 8월11일에 보건복지부 장관의 지시공문이 15개 광역자치단체장에게 시달된 바 있다.
지역 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영업시간을 결정하라는 내용이었다. 법을 뛰어넘은 특별지시의 효능을 정지하고 법령준수로 회귀한결정이며,자치시대를 맞아 취한 적절한 조치였다.
민선 자치단체장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법령으로 위임의 근거가 명확한 권한을 왜 왈가왈부하는가.
분권 시대에 집권적 행태,다양화 시대에 획일적 발상,참여시대에 정면으로 역행한 당정의 모습은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큰 상처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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