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맞수’] 한국노총 출신 vs 민주노총 출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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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은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통해 네 명의 전·현직 간부를 국회에 진입시켰다. 이들 중 서울 강서을 김성태(49) 당선인은 지난 대선 때 한국노총과 한나라당의 정책연대를 성사시킨 주역이다. 1985년 한국공중전화(현 KT링크스)에 기술직 사원으로 입사해 90년 회사 노조위원장이 됐다. 이후 정보통신 산별위원장, 한국노총 사무총장·상임부위원장 등을 거치며 노동운동의 지도급 인사로 활동했다. 김 당선인은 노동운동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한다. 그는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과거 민주화를 외치며 투쟁하던 시절엔 나도 강성 투쟁을 벌였지만 지금 그렇게 하는 건 맞지 않다. 노동운동이 발전하려면 조합원만의 운동이 아니라 전체 국민과 함께 가는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의 투쟁 방식은 시대착오적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는 2005년 한국노총 사무총장 시절 한국노총의 평화시위 문화를 정착하는 데 앞장섰다. 그는 노동계 최대 행사인 5월 1일 메이데이 행사도 관성적으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 것보다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마라톤 행사로 바꾸는 게 낫다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김 당선인은 그러면서도 이명박 정부의 ‘비지니스 프렌들리’가 소외계층을 위한 ‘워크 프렌들리’로 이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실제로 22일 당선인 청와대 만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그는 “지역구인 강서구는 영구임대 아파트가 밀집돼 있어 어렵고 힘든 이가 많다”며 “지역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복지시설을 확충하는 데 의정활동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노총과 갈등 관계인 민주노총에선 민노당 비례대표 홍희덕(59) 당선인이 새로 배지를 달았다. 홍 당선인은 16년 경력의 환경미화원으로 유명하다. 경북 상주 은척초등학교 졸업이 최종 학력인 그는 19세 때 서울에 올라와 우유 배달·막노동·목재소 잡부 등 사회의 밑바닥에서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93년 의정부시 환경미화원으로 취직하면서 그나마 ‘안정적’ 직장을 마련했으나 98년 구조조정으로 소속이 의정부시 시설관리공단으로 변경되면서 임금 삭감과 처우 악화를 경험한 게 노동운동에 뛰어든 계기가 됐다. 새파랗게 젊은 공무원들이 환경미화원을 비인격적으로 대우하는 일이 잦았던 것도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한 계기였다고 한다. 99년 의정부 지역 시설관리노조를 조직하고, 이듬해 경기도 노조 초대 사무국장이 됐으며 2006년엔 전국민주연합 초대 노조위원장이 됐다.

그래서 비정규직·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홍 당선인은 “비정규직을 마음대로 쓰다가 필요 없을 땐 바깥으로 내모는 악법들을 반드시 18대 국회에서 고치겠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의 노선에 대해 그는 “이번에 한국노총에서 훌륭한 분들이 국회에 많이 들어오셨다”면서도 “권력과 정책연대를 하면서 자주적 노조운동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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