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첫 절터’ 추정 유적 발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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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초기의 불교 전파를 보여주는 유물이 처음 나왔다. 사진은 한성 백제시대 4세기 후반에서 5세기 전반에 축조된 절터의 목탑지로 추정되는 유구가 나온 서울 풍납토성 경당지구. [문화재청 제공]

백제에 불교가 전래된 이후 최초로 건립된 절터의 목탑터로 추정되는 유적이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 안에서 발굴됐다. 목탑터로 확인되면 동아시아에서 발굴 조사된 목탑지 중 최고의 목탑지가 된다.

한신대박물관은 아파트 건축이 추진되다가 2000년 사적 지정이 이뤄지고 현장 보존 조치된 경당지구를 2월 말부터 서울시 의뢰로 발굴 조사한 결과, 종래 연못터로 추정되던 206호 유구(遺構)가 목탑 기단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고 29일 발표했다.

책임조사원인 권오영 한신대 교수는 “추정 목탑유구는 노출된 토층으로 미루어 4세기 후반에서 5세기 전반에 속하는 것으로, 아직 발굴 조사 중이라 단언키는 힘들지만 목탑지로 확인될 경우 지금까지 발굴 조사된 유적 중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목탑지가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또 “고대의 경우 왕성 안에 사원이 배치되는 일이 흔하므로 풍납토성 내에서 사원 유구가 확인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이 유적이 목탑터로 확인되면 한성 도읍기 백제(BC 18~AD 475)에서 처음으로 발굴되는 불교 유적인 동시에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기록처럼 침류왕 원년에 백제에 불교가 도입되고 그 이듬해 도읍인 한산(漢山)에 세운 절터의 흔적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 목탑터는 한 변 길이 10여m에 깊이 3m가량 되는 방형(方形) 구덩이를 굴착하고 내부를 점토와 사질토로 교대로 판축(版築·다짐)한 후 그 위에 점성이 적은 모래질 점토를 채운 구조로 이뤄졌다. 권 교수는 “이와 유사한 형태의 구조물이 사비시대(538~660) 백제 목탑터 등지에서 발견된다”고 말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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