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눈>韓.美 새로운 50년의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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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초가을이 시작되는 美 보스턴 교외 하버드대 고색창연한 벽돌 건물들 위로 떠오른 둥그런 보름달이 아름답게 빛나는 것은 한국의 추석 보름달과 마찬가지다.
여느 미국대학과 비슷하게 이번주에는 하버드대에도 신입생이 입학하고 새 학기가 시작된다.
벌써 교정에는 사랑하는 아들.딸의 하버드대 입학을 지켜보느라부모들과 가족들이 거닐고,하버드스퀘어 책방에는 교과서를 사려는학생들로 붐빈다.
자식의 하버드대 입학을 자랑스러워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우리 부모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모양이다.이는 이들이 여유있게 교정을 산책하는 표정에서 잘 나타난다.이를 자랑스러워하는 가족중 상당수가 한국인들,정확히는 한국인 이민들이다.
케임브리지 하버드대 교정의 가을정취 속에서 중요한 학술세미나가 韓美양국의 학자가 대거 모인 가운데 열렸다.
이 모임은 本紙와 하버드대 공동주최로 열린 것으로 주제는 한국경제발전과 미국의 역할에 관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토론하는 것이다.
세미나에서 발표된 논문이나 토론내용은 本紙를 통해 상세히 보도되겠지만 이번 모임은 최소한 몇가지 의의를 지니고 있다.
첫째는 韓美양국에서 이같은 주제를 놓고 중량감 있는 학자들이모인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점이다.
둘째는 하버드대 루빈스타인총장의 인사말에서도 강조됐지만 미국인들의 한국인식이 매우 높아진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경제 성취가 물론 중요한 배경이고,미국학자들이 이전보다훨씬 진지하게 한국의 발전모형을 연구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셋째는 우리가 통일한국에 대비하자면 이같은 학술세미나가 수십만달러를 들여 외국신문에 과시적 광고를 내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점이다.미국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학자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그들이 진정으로 한국문제를 이해하 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더 나아가 해방후 50여년이 지나도록 분단이 지속된 한국인의 고뇌가 무엇이었던가를 알려야 한다.
우리는 선진국이 되려 하고 있고 통일을 중요한 국가목표로 정해놓고 있다.21세기를 대비하려는 우리의 주체적인 노력은 우리스스로의 자리매김을 정확히 하는데서 출발하는 것일 게다.
우리에게 있어 미국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은 해방 5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제기해볼 만하다.
그러나 낡은 의문이지만 새로운 시각을 갖고 진행돼야 한다.50년전 미국은 분단점령의 격동기에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이해부족과 일관성없는 정책의 결과로 한국전이라는 역사적 대가를 치렀다. 이는 한국인들이 당했던 물질적.정신적 피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다.그러나 역사는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반전돼우리들 앞에 나타나고 있다.
통일과정에서 또 대북(對北)협상에서 미국의 역할은 무엇인가.
보다 솔직하게 미국에 있어 우리의 전략적 중요성은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해답이 있어야 우리 스스로가 우리 운명의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아시아에서 미국이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나라는일본이다.그렇기 때문에 1945년이후 미국의 점령정책도 일본의맥아더군정과 남한의 하지군정 내용은 천지차이가 날 정도로 달랐다. 한국인들의 자주적인 대응도 결과적으로 냉전의 희생물로 이용됐다. 이제 21세기 통일한국을 대비하는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준비하고 있는가.
[보스턴 하버드대에서=국제경제부장.經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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