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몬트리올영화제 참가 윤정희씨 참가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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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지난해 『만무방』으로 몬트리올영화제에 참가해 마지막까지 여우주연상 후보로 경합을 벌였던 在프랑스배우 윤정희씨가 올해는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몬트리올영화제에 참가했다.윤정희씨가 참가소감을 본지에 독점적으로 기고해왔다.
[편집자註] 이번 제19회몬트리올영화제(8월24일~9월4일)는 11개 극장에서 경쟁.비경쟁부문 총 3백여편의 영화가 출품돼 상영됐다.언제나 극장은 대만원이었다.
장편 20편,단편 11편을 심사하기란 쉽지 않았다.특히 작품상과 감독상 선정이 어려웠다.어느 영화제나 마찬가지지만 이번에도 여우주연상 경쟁이 치열해 결정하는데 오래 걸렸다.
이번 영화들은 이상하리만치 가정문제,두 남녀의 사랑문제 등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를 다룬 것이 많았다.
지구촌이 어떤 문화나 정신적 흐름을 함께 느끼고 있다는 것을실감했다.한편으론 세기말적 인류의 불안한 마음을 반영하는 것같아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미국감독 울루 그로스바의 『조지아』가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논란이 됐던 여우주연상은 『조지아』에서 열연한 미국배우 제니퍼 제이슨 레이가 차지했다.
남우주연상은 이탈리아 출품작 『보통영웅』의 파브리지오 벤티보글리오가 받았다.
한국영화는 비경쟁부문으로 『태백산맥』『세상밖으로』『소낙비』등3편이 상영됐는데 관객도 많았고 반응도 모두 좋았다.
한국 대표단은 『소낙비』의 최기풍 감독 일행이 참석했는데 최감독은 『소낙비』가 3일간 4회 상영되는 동안 영화가 끝날 때마다 무대인사를 요구받을 정도로 사랑을 받았다.
30년대 우리 농촌을 무대로 궁핍한 현실에서 탈출하고픈 한 젊은 부부의 인생유전을 그린 이 작품은 외국 관객들에게 한국적풍속과 정서를 인상깊게 심어준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영화제 하면 상 타는 것만 생각하게 되는데 이제 생각을 고쳤으면 하는 것이 이번 영화제 경험에서 느낀 소감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영화와의 만남이다.감독을 만나고 평론가를 만나고 기자와 배우를 만나 아이디어를 얻고 새로운 흐름을 익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몬트리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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