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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끄는"심슨재판"어디로-수사관 위증탄로 급반전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미국의 흑인 풋볼스타 OJ 심슨(48)재판이 이상기류에 휘말렸다.심슨의 것으로 추정되는 장갑을 발견해 심슨 기소의 결정적계기를 제공한 前로스앤젤레스경찰국 마크 퍼먼(43)수사관의 인종차별 및 가혹행위 발언이 발단이다.돈.섹스.폭 력이라는 흥미의 3박자를 고루 갖춰 1년 이상 미국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는 「세기의 재판」을 중간 점검해본다.
[편집자註] 지난해 6월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고급주택가 브레튼우드에서 심슨의 전처 니콜 브라운(당시 35세)과 그녀의 남자친구 로널드 골드먼(25)이 온몸을 흉기로 난자당한채 니콜의 아파트에서 발견됐다.
사건 직후 경찰은 심슨의 집에서 피묻은 장갑과 테니스화를 발견,심슨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니콜의 장례식까지 참석하며 범행을 부인하던 심슨은 법원에 출두하기로 되어있던 6월17일 자기 집에서 차를 몰고 나와 로스앤젤레스 인근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도주했다.
경찰차량 수십대가 추격에 나섰으며 2시간 동안 계속된 이 영화같은 장면은 美 CNN-TV를 통해 세계에 생중계됐다.심슨은자살 위협끝에 경찰에 체포됐다.재판은 검찰에 유리하게 전개됐다.검찰은 심슨의 집에서 발견한 피묻은 장갑 한짝 이 범행현장에서 발견된 나머지 한짝과 같은 종류이며 혈액 유전자 감식결과 장갑에 묻은 혈흔이 죽은 니콜의 것과 같은 것이라는 감정을 받아냈다. 검찰은 또 니콜이 심슨으로부터 숱한 폭행을 당한 내용이 담긴 니콜 일기장을 입수,증거로 제시했다.일기장에는 니콜이살해되기 닷새전 심슨이 자신에게 추근거리고 있다는 사실과 모욕받은 사례가 기록돼 있었다.
심슨으로부터 폭행당하면서 경찰구조를 요청한 녹음 테이프도 증거로 제출됐다.그러나 변호인측은 니콜의 손톱에서 심슨과는 다른B형의 혈흔이 발견돼 살인범은 전혀 다른 인물이라고 맞섰다.
변호인측은 또 심슨집에서 피묻은 장갑을 발견한 퍼먼 前수사관은 평소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일삼던 인물로 피묻은 장갑은 그가 조작한 것이라며 그를 제소했다.
우세를 보여왔던 검찰은 변호인측에서 인종차별적인 언사가 수록된 퍼먼의 녹음테이프를 입수하면서부터 궁지에 몰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배심원 평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퍼먼 테이프」에는 퍼먼이 지난 85,93년 두차례에 걸쳐 13시간 동안 로러 매키니라는 시나리오작가와 인터뷰한 내용이 수록돼있다. 이 시나리오 작가는 경찰내부의 부조리를 다룬 시나리오를쓰기 위해 퍼먼과 계약을 맺고 인터뷰한 것이다.변호인측이 8월중순 입수,법정증거로 제출한 이 테이프에는▲경찰의 일상적인 증거조작▲수사도중 용의자 고문▲동료경찰관 비리 비호 등 각종 부조리 뿐 아니라 니거등 소수系에 대한 험담까지 수록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에 공개한 테이프에는 퍼먼 수사관이 『내가 자란 곳엔 껌둥이들이 없다』『그런 곳에 껌둥이들이 산다』는 발언이 들어있는것으로 확인됐다.
심슨 변호인측은 이토판사가 녹음 테이프의 전체내용 공개를 허용하지않은데 불만이다.그러나 공개된 두마디의 발언이 퍼먼의 인종차별을 입증할수 있을 뿐아니라 『지난 10년간 「니거」라는 말을 단 한차례도 사용한 적이 없다』고 말한 부분 의 위증(僞證)을 입증할 수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만약 퍼먼의 위증혐의가 인정되면 그가 발견한 「피묻은 장갑」이 증거력을 상실해 검찰은 결정적인 타격을 받게된다.
배심원 12명중 8명이 흑인이라 퍼먼의 「흑인차별」언사로 배심원들이 「심슨유죄」에 합의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져 결국 심슨은 「배심원 합의실패」로 석방될 것이 유력해졌다.
한편 벌써부터 흑인 인권단체가 「퍼먼 테이프」의 전면적인 공개를 주장하는 등 심상찮은 조짐으로 보아 이 테이프가 일반에 유출돼 흑인사회의 감정을 건드릴 경우 심슨재판은 「黑-白갈등」이라는 엉뚱한 곳으로 불씨가 튈 우려도 적지 않다 .
〈李元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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