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訪韓구스타브 스페드 UNDP총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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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달 30일 정부초청으로 방한한 「국제연합개발계획」(UNDP)의 제임스 구스타브 스페드 총재(53)를 1일 저녁 호텔 신라에서 만났다.스페드 총재는 31일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김중위(金重偉)환경부 장관을 예방하고 1일 오후3 시 전경련회관 국제회의장에서 「환경과 인간중심 개발전략」이란 주제로 강연을 가졌다.스페드 총재는 3일 베이징(北京)「제4차 세계여성회의」에 참석차 이한(離韓)한다.인터뷰자리에는 초인 라 UNDP한국지부장이 배석했다.
-이번이 몇번째 방한인가.
『처음이다.한국과 UNDP가 그렇게 오랫동안(40년간) 밀접한 관계를 가져왔는데 나도 다소 놀랍다.아시아에는 여러번 왔으나 한국에는 오질 못했다(스페드는 93년에 UNDP총재에 올랐다).』 -방한 목적은.
『현재 유엔과 한국이 모두 전환점에 와있다.따라서 향후 관계를 더욱 긴밀히 하기 위해 방한했다.구체적으로는 네가지 이유에서다.첫째는 한국에서도 UNDP가 추구하는 개발목표를 지속하기위해서고,둘째는 남북한간의 더욱 큰 교량역할을 모색하기 위해서다.세번째 목적은 북한의 두만강 개발계획.황해 오염문제 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고,끝으로는 빈곤국을 돕은 일에 한국정부의보다 큰 기여를 부탁하기 위해서다.』 -UNDP 40년간의 한국지원이 내년이면 끝이 난다.UNDP의 현재 활동과 향후 한국에서의 계획에 대해 설명해 달라.
『UNDP는 현재 전세계에 1백36개의 사무소를 두고 선진국과 개도국의 협력,세계 환경문제 해결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현재 활동의 초점은 크게 세가지다.빈곤퇴치.환경.여성문제 해결이 그것이다.빈곤퇴치.고용확대를 위해 연간 20 억 달러의 UNDP 예산중 85%를 세계 최빈국 50개국을 위해 쓰고 있고 전세계 빈곤인구중 70%에 달하는 여성들의 지위 향상.고용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환경분야는 황해 핵 폐기물 해결 노력들이 그것이다.한국은 그동안 놀랄만한 성장을 했다.이제는 UNDP의 수혜국이 아니라 시혜국이다.국제사회에서 경제성장에 상응한 역할을 해야 한다.』 -金대통령을 만났다는데 무슨 얘기를 나눴나. 『金대통령이 특히 환경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그밖에 가난한 나라들을 지원하는 한국의 역할 증대도 약속했다.』 -빈곤국을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금(ODA)의 구체적인 증대 금액에대해서도 金대통령이 언급했나.
『그렇다.그러나 구체적인 숫자는 밝힐 수 없다.내가 미리 말할 입장이 아니고 金대통령이 선언할 일이 아닌가.』(웃음) -지난 3월 코펜하겐 「사회개발정상회의」(WSSD)의 주제를 준비했던 입장에서 회의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20/20(개도국의사회개발 비율),ODA 증액등 당초의 회의 목적이 별로 달성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는데.
『회의 주제 자체는 아주 좋았다.그리고 아직 그 결과를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당시 개도국을 돕는 선진국들의 ODA증액 약속을 이행토록 하는 것이 현재 UNDP 최우선 과제다.한국에 온것도 그 때문이다.한국.스페인.뉴질랜드 등 새롭 게 선진대열에오르는 나라들의 기여가 커야 한다.』 -WSSD는 각국간 협력외에도 한 국가의 개발모형으로 「지속적인 인간개발」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그 개념을 성안(成案)했던 UNDP 총재로서 설명해 달라.
『개발이 인간중심으로,또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빈부간 격차를 심화하는 일방적인 경제성장이 아니라 빈곤층 고용,환경.여성문제 해결등이 병행돼야 한다.특히 빈곤을 해소하기 위해선 정부가 능력이 있어야 하고 그를 위해선꾸준한 경제성장이 뒤따라야 한다.』 -WSSD 당시 한국의 발전모델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개도국으로서 성공적인가 아닌가에대해서다.당시 정부는 한국의 발전모델을 자랑했고,반면 환경.여성단체등 비정부간조직(NGO)들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한국의 개발과정을 어떻게 보 나.
『한국의 발전은 아주 인상적이다.어느 나라나 문제는 있다.한국에서 환경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 자체가 발전의 표시가 아닌가.그러나 여성문제만은 균형적이지 못한 것같다.』(웃음) -여성문제에 대해 묻고 싶다.최근 UNDP가 발표한 「인간개발지표」에서 한국의 남녀평등지수(GEI)는 31위,여성권한척도(GEM)는 밑바닥 수준인 90위였다.한국에서 여성권한척도가 낮은이유는 정치.경제분야의 정책결정 과정에 여성 이 배제되고 있기때문이다.노르웨이 등 북구에서 실시되는 여성할당제(쿼터제)도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솔직히 한국 여성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잘 모른다.그러나 여성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북구와 같이 할당제,시간제노동에대한 세금감면,여성 우선대출제도등을 도입해볼 만하다.여성에 불리한 법적 조항이 개정돼야 할 뿐아니라 오히려 우선권과 혜택을주는 법적.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본다.』 -남녀평등을 위해현재 UNDP가 실시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해달라.
『지난 76년 유엔기구중 유일하게 여성발전기금(UNIFEM)을 설립해 세계 여성들의 법적지위 보장과 권리 향상을 위해 애쓰고 있다.이번 베이징세계여성회의에도 재정지원을 했다.』 -개인적으로 여성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두아들과 딸 한명을 두고 있는데 26세된 내 딸에게 이 세상에서 가질 수 있는 모든 기회를 다 갖게 해주고 싶다.어째 답변이 됐는지 모르겠다.』(웃음) -세계 문제해결을 위한 NGO들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그러나 코펜하겐에서도 그랬지만NGO들은 국가간 의사결정에 별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UNDP총재로서 정부간-비정부간 협력 채널을더욱 공식화할 의 향이나 방법은 없나.
『NGO들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리우데자네이루.코펜하겐.베이징 세계여성회의등에 수천,수만의 NGO대표들이 참가토록 한 것도 그 때문이다.앞으로도 양 기구의 채널확대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끝으로 북한이 최근 홍수피해를 보아 식량난이 더욱 심해졌다.그래서 유엔에 긴급구호를 호소했는데 어떤 구체적 원조계획을 갖고 있나.
『북한에 있는 유엔대표부에서 현재 북한의 홍수피해 지역을 돌아보고 있다.나도 유엔의 타 기관들과 협조여부를 모색하고 있다.관계기관.국가들간의 논의가 계속되고 있어 곧 결정될 것이다.
』 -유엔이 조정을 맡는 두만강 개발계획도 잘 진전되고 있나.
『알려진대로 내달께에는 참가국들의 공식서명이 있을 것이다.그동안 위치선정.개발방식등에 각국간 의견차가 커 조정에 어려움이많았다.』 스페드총재는 40여분간의 인터뷰를 끝내면서 『초인 라 지부장으로부터 中央日報의 「자원봉사 켐페인」에 대해 자세히들었다』며 르완다 자원봉사,성금모금 등에 참여한 한국국민들에게감사를 표시하고 앞으로도 유엔사업에 더욱 협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42년 출생 ▲69년 예일大 법대 졸업 ▲69~70년美대법원 근무 ▲77~81년 대통령 비서실 환경협의회 회장 ▲81~82년 조지타운大 환경법교수,카터대통령 자원에너지 및 환경담당 수석고문 ▲82~93년 세계자원연구원 원장 ▲93년6월15일 UNDP총재 취임 ▲76년 국립야생보호연맹 자원보호상 수상 ▲92년 자연자원보호협의회 바바라 스웨인상 수상 ▲『리우이후의 계약』『새로운 세계를 위한 계약』 등 저서.논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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