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파병지역 변경이 새 갈등 안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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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탄핵 정국 속에서 이라크 파병건이 긴급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미가 어제 한국군 파병지역을 당초의 키르쿠크에서 다른 지역으로 변경키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군 측은 키르쿠크에서 한국군과 공동주둔 및 작전을 하자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는 파병동의안의 내용에 어긋날 뿐더러 우리 장병들의 안전을 결정적으로 위협한다는 이유로 우리가 난색을 표해 결국 주둔지역을 바꾸기로 합의된 것이다. 이 같은 합의는 장병들의 안전을 고려할 때 불가피하다고 본다. 키르쿠크에서 미군과 공동작전을 벌일 경우 6개월 동안 30~70여명의 사상자가 나온다는 국방부 분석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대목은 이런 문제들을 둘러싼 양국 간 협상이 한.미동맹의 정신에 비춰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느냐는 점이다. 우리가 파병을 하기로 한 결정적인 배경은 미국과의 동맹에 금이 가서는 안 된다는 점이었다. 미군 사단병력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엄연한 현실에 기초한 한.미동맹 관계의 특수성이 없었다면 굳이 파병할 사정이 아니었다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럼에도 우리 파병군의 성격이나 시기 등을 둘러싸고 불협화음이 있다는 소리가 양국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자신들은 한국을 위해 피 흘리며 싸웠는데 한국은 '건물이나 지어주면서 향후 이득은 최대한 확보하려고 한다'는 게 미군 측이 내심 갖고 있는 불만이라고 한다.

이래서는 안 된다. 파병을 놓고 온갖 걸림돌이 많았지만 한.미동맹을 훼손시키지 않으려고 양국이 노력함으로써 우리의 이라크 파병이 이뤄진 것이 아닌가. 앞으로도 양국은 주둔지 문제를 포함해 긴밀히 협의해야 할 사안이 무수히 많을 것이다. 우리는 양국이 각기 상대방이 처해 있는 사정을 보다 세심하게 배려함으로써 동맹관계가 훼손되는 일이 없기를 당부한다. 우리는 기왕 보내기로 결정한 마당에 미국에 인색하게 비쳐져서는 안 되고, 미국은 한국이 지금 탄핵 정국이라는 어려운 시기에 있음을 감안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