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현장을찾아>SBS"해빙" 올림픽공원 평양시로 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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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조선은 하나다』『백두에서 뗀 걸음 한라까지 이어가자』.
북한소식을 전해주는 TV방송에서나 언뜻 보았음직한 표어들.28일 서울 올림픽공원에는 이렇게 쓰인 커다란 간판과 선동적인 그림들이 곳곳에 나붙었다.
SBS창사 5주년 특별기획 16부작드라마 『해빙』(안동일 원작,권인찬 극본,이강훈 연출)의 제작현장.현재로서는 상상에서나가능할 남남북녀의 만남과 사랑이 이 드라마에서는 가슴이 복받칠만큼 아름답고도 치열한 갈등을 동반한 현실이다.
따라서 이날만은 서울시내의 올림픽공원이 평양시내로 모습을 바꾸어준 셈이다.
포크댄스를 추는 80명의 갑남을녀는 평양시내 일상을 표현하기위해 동원된 경원전문대 사회체육학과 학생들이다.
촬영에 들어가기전 무스를 바르는 남학생,유행하는 파마머리의 여학생은 제외하겠다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는게 제작스태프의 설명이다. 김일성 동상은 이날 현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경 조형물.겉으로 보기엔 흰 대리석을 깎아놓은 조각같지만 사실은 스티로폴로 제작된 것으로 높이 7.6(좌대포함),무게가 7백㎏이다.SBS미술개발팀 송호석(40)씨는 『실물크기는 20지 만 제작여건등을 감안해 7.7로 축소했다』며 『미술팀에서 일해온 개인적인 경력에서 김일성 동상은 이번이 네번째』라고 말했다.
한편 『해빙』에서는 89년 평양축전의 임수경과 극중 주인공 정복영(황수정扮)의 모습,극중 김일성과 포옹하는 이영욱(박상원扮)등이 컴퓨터그래픽으로 합성처리(MIX)될 예정이다.
이강훈PD는 『임수경.김일성등이 워낙 유명한 인물이기 때문에어설픈 대역이 사실감을 반감시킬 우려가 있어 자료사진을 이용해컴퓨터그래픽으로 합성처리키로 했다』고 말했다.
컴퓨터를 동원하기는 해도 서울에서 평양을 재현하기는 아무래도막막한 일.이PD는 『각종 자료사진을 참고해 가장 근사치의 분위기를 만들어보지만 촬영이 진행될 수록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며 『분단상황에서는 남남북녀의 만남 못지않 게 드라마 제작 자체가 만만찮은 일』이라고 말했다.
李殷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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