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서 철교 붕괴 열차 전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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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5일 오전5시38분쯤 충북괴산군도안면도당리 충북선 화성철교에서 부산발 서울 청량리행 무궁화호 열차(기관사 李동혁.33.
제천기관차사무소 소속)11량중 객차 8량이 탈선,1명이 숨지고1백9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날 사고는 승객 등 4백40여명을 태우고 부산 부전역을 떠나 서울 청량리로 가던 열차가 철교를 지나던 중 지난 23일부터 내린 폭우로 지반이 약해진 교각 4개중 1개가 무너지면서 사고가 일어났다.
객차 11량중 기관차를 포함해 3량은 철로 위에 그대로 있었으며 그 뒤의 4량은 탈선했고,전복된 4량중 2량은 다리등에 걸쳐있다가 오전11시쯤 물에 빠져버렸다.
이날 사고현장은 열차 11량중 8량이 전장에서 피폭 당한듯 탈선.전복돼 제멋대로 나뒹굴어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사고직후 두번째 객차(7호차)는 수면에 닿을 정도로 간신히 앞차와 연결돼 있었으며 마지막차량(8호차)은 앞부분이 곤두박질해 꽁무니가 거의 수직으로 서 있어 아찔했던 사고 순간을 보여주고 있었다.
전복된 객차안은 좌석이 모두 부서져 폐품창고처럼 어수선했고 구석 여기저기에 한꺼번에 처박혀 있는 승객들의 짐과 신발.옷가지등이 군데군데 묻어있는 핏자국과 함께 아수라장을 이뤘다.
부인과 두 자녀등 일가족 4명과 함께 벌초하러 파주로 가던 김현겸(金現謙.42.사업.경남울산시남구무거동146)씨는『철로를건널 즈음 차가 갑자기 울컥울컥 요동치더니 우장창하는 굉음과 함께 굴러 정신을 잃었다』며 사고순간을 회상했다 .
사고직후 승객들은 대부분 긴급동원된 3백여명의 경찰과 소방대.인근군부대등의 도움을 얻어 병원으로 후송되거나 임시로 마련된차편으로 목적지인 서울로 향했다.
유일한 사망자인 박수석(31.朴壽錫.서울금천구독산동)씨는 올해 2월 홍익회에 입사한뒤 음료판매대 카트를 끌며 때마침 물에빠진 7호차를 통과하던중 열차전복과 함께 중심을 잃고 좌석에 부딪치면서 창문쪽으로 튕겨져 나가는 바람에 변을 당했다.
아들(3)과 함께 단칸 사글세 방에서 지내온 정길순(鄭吉順.
27)씨는 임신 8개월의 몸으로 朴씨의 시신이 안치된 청주의료원에 오후2시쯤 도착,오열 끝에 실신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槐山=金芳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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