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이 직접 밝힌 캠프 데이비드 1박2일

중앙일보

입력

"미국이 한국의 새로운 정부에 대한 격 높은 예우를 하려고 상당한 준비를 한 것 같더라. 손님을 맞이하는 나라의 정성스러움을 느꼈다. 나도 외국의 국가원수가 오면 이렇게 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18, 19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보내는 동안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대접은 극진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19일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깜짝 놀랄 정도였다"는 말을 몇 차례 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치고 캠프 데이비드를 떠나기 전 부시 대통령에게 '너무 친절하게 잘 해 줘서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했다 한다. 그러자 부시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친구로 생각합니다. 그런 친구에게 이 정도는 해야죠"라고 말했다고 이 대통령은 전했다. 다음은 이 대통령이 소개한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1박 2일.

"외국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에 초청받으면 보통 하루를 보낸다고 한다. 통상 오전에 도착해 오찬 회담을 하고 바로 떠난다고 한다. 1박을 하는 경우는 드물고, 1박을 하더라도 부시 대통령 부부가 함께 접대하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나의 경우 부시 대통령 내외가 생각보다 훨씬 더, 아주 자상하게 대접을 해 줘서 깜짝 놀랐다. 동양 사람이 접대를 잘한다고 말하지만 부시 대통령 내외가 하는 걸 보고 많은 걸 느꼈다.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한 뒤 우리 두 사람(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골프 카트를 탔다. 내가 운전하는 게 안전할 것 같아 내가 운전하겠다고 했다. 원래 스케줄은 부시 대통령이 (카트로) 2분 거리에 있는 내 숙소에 데려다 주고, 서로 좀 쉰 다음 저녁에 만나는 거였다. 그런데 1시간 30분 동안 함께 곳곳을 돌아봤다. 부시 대통령은 여기가 어디고, 저기는 어디라며 설명해 줬다. 조깅을 하려면 짧은 곳은 어디고, 긴 곳은 어딘지 알려 줬다. 각 캐빈에 대해선 어디서 무슨 회담이 열렸는지 등 그곳 역사에 대해서도 가르쳐 줬다. 그러다 보니 우린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게 됐다. 나는 부시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부시 대통령을 처음 만났지만 그가 솔직하게 얘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부시 대통령 내외는 우리를 아주 편안하게 해 줬다. 어제 저녁 식사 분위기는 가족 모임 같았다. 서로 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다. 메뉴론 쇠고기(텍사스산 블랙 앵거스 비프)와 생선이 나왔다. 쇠고기는 (메뉴에서) 안 빼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쇠고기를 개방하기로 하지 않았느냐. 나는 쇠고기와 생선 둘 다 먹었다. 오늘 아침 식사 메뉴는 로라 여사가 하나하나 다 골랐다고 한다. 퍼스트 레이디가 메뉴를 스스로 정하고, 테이블 배치뿐 아니라 테이블보를 까는 것까지 일일이 관여하는 걸 보고 많은 걸 깨달았다. 내 집사람도 깜짝 놀란 것 같더라. 점심은 옥외에서 했다. 우리 일행이 몇 사람 안 되는 데 뷔페식으로 차렸더라. 부시 대통령은 '4월에 (산 속 해발 550m 지점에 있는) 이곳 옥외에서 식사할 수 있는 건 큰 축복'이라며 '오늘 날씨가 참 좋다'고 말하더라. 메뉴도 메뉴지만 퍼스트 레이디가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그렇게 세세하게 챙기는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하는 게 국제관례인지, 아닌지 잘 모르지만 첫 경험을 통해 많은 걸 배웠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