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아쟁점과흐름>박정희대통령 근대화론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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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통상「개발독재」로 특징지워지는 한국형 개발모델은 제3세계 국가들과 러시아 및 동구와 같은 옛 사회주의국가,심지어는 지금껏사회주의 체제를 견지하고 있는 중국에서까지 관심의 대상이 됐었다.그러나 국제적 관심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대부 분의 학자가 이에 대해 비판적이었다.그 대표적인 학자가 93년 가을 『역사비평』 토론회에 참여해 논문을 발표한 김대환교수(인하대)와 손호철교수(서강대).
「박정희 정권의 정치적 성격」이란 논문에서 5.16 쿠데타의역사적 위상,박정권의 정치체제적 성격을 분석한 손교수는『박정권과 그 이후 군사정권의 억압적 「개발독재」가 고도성장을 가져온중요한 요인』이었다고 평가해 인과적 측면에서 독재 「때문에」 개발이 가능했다고 본 개발독재옹호론과 비슷한 논리를 폈다.독재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발전할 수 있었다는 기존의 비판적 논리와 사뭇 다른 관점을 취한 것이다.
독재와 경제성장 간의 인과성에 대한 실증적 분석과 그것에 대한 규범적 평가가 구별돼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손교수는 그렇지만 자신의 논리가 개발독재를 옹호하는 논리와는 분명히 다르다고 주장했다.개발독재 옹호론이 박정권의 리더십과 현명한 정책이 성장의 원인이라 본 데 대해 자신은 「박정권의 친독점자본적민중억압성」이 고도성장을 가능하게 했다고 보았다는 것이다.
분단상황 아래서 정통성 없는 권력의 「정치적」억압이 주요한 특징이었던 50년대의 정치적 억압체제와 달리 60년대 이후의 억압성은 저임금을 통한 자본축적이란 「경제적 이유」가 자리잡고있다는 것.손교수와 달리 김교수는 경제개발이 과연 근대화의 충분조건인가 하는 점에 주목했다.그는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신화와 현실』이란 글에서 「근대화」를 사회전반의 상향적 변화를의미하는 것으로 규정하고,이에 비춰 볼 때 경제개발은 근대화의충분조건이라기보다는 하나의 필요조건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김교수에 따르면 경제개발과 근대화를 등치시키는 관점은 산업화가 합리주의정 신 및 민주주의의 신장과 맞물려 진행된 서구사회의 역사적 경험을 지나치게 일반화함으로써 생겨나는 것이다.경제성장이됐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합리적 가치와 민주주의가 신장되는 것은아니란 얘기다.
이러한 관점에 따라 김교수는 독재가 오히려 효율의 기본바탕인합리적 정신을 억압했기 때문에 체제효율성이 날로 떨어져 긴급조치나 유신체제와 같은 고단위 비합리주의 체제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단기적으로는 개발독재가 경 제발전을 가져올 수 있었지만,장기적으로는 경제개발은 물론 사회 전체의 근대화에 오히려 장애가 됐다고 본 것이다.
金蒼浩 本社전문기자.哲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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