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길잡이>19.근거의 타당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명탐정 셜록 홈스의 추리소설을 보면 어떤 사건의 단서에서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게 전개된다.추리소설의 백미는왜 꼭 특정의 인물이 범인일 수밖에 없는 이유와 근거를 밝히는데 있다.논술의 관건은 어떤 주장을 제시하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다.주장(혹은 결론)을 뒷받침하는 근거(혹은 전제)가 얼마나설득력있게 제시되는가가 논술의 점수를 판가름하는 요소다.다음의예를 살펴보자.
예1)탤런트 이승연은 여자다.그는 李모씨의 딸이기 때문이다.
예2)탤런트 이승연은 여자다.그는 드라마에서 미혼여성의 역할을 주로 맡기 때문이다.
예1)의 경우 「탤런트 이승연이 여자」라는 주장은 「李모씨의딸이다」는 근거로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다.탤런트 이승연이 李모씨의 딸인한,다른 여지가 없기 때문에 여자라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그러나 예2)에서처럼 미혼여성의 역 할을 주로 맡는다는 이유로 탤런트 이승연이 여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충분하지않다. 왜냐하면 남자이면서도 드라마에서 여성의 역을 할 수 있으며 논리적으로 볼 때 여장을 한 남성일 수도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주장에 대해 그 근거를 제시하는 과정이 논증이라 한다면,논증의 타당성 여부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그것은 한마디로 「반례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 다.예2)의 경우처럼 탤런트 이승연이 드라마에 미혼여성의 역을 주로 맡는다 하더라도그가 여자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은 타당한 논증이 아니다.그러나 논술에서는 논리학에서와 같은 엄격한 타당성을 요구하는것은 아니다.
단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하는데 유념할 필요가 있다.
논술은 위의 예처럼 단순한 문장으로 돼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긴 글이다.보통 2백자 원고지 6장(1천2백자) 분량의 긴 논술을 작성할 경우 자칫하면 논리적 일관성을 잃고 자신의 주장에 충분히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는 그 주장을 부정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논술을 작성하기 전에 자신의 주장에 대해 어떤 근거를내세울 것인가를 정리해 보는 것은 물론 그 근거가 얼마나 논리적으로 타당한지 점검해보는 훈련이 필요하다.〈다음회에는 「논리적 오류에 주의할 것」을 싣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