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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지대여성보호시설>中.사회복귀 프로그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직업교육이요?입소해서 그런 것을 받기는 받았어요.그러나 한달 동안 선생님도 없이 꽃꽂이.양재등을 교재만 보고 자습했어요.하품만 나오고 지겨웠어요.』 경기여자기술학원 방화사고 생존자李모(19)양이 털어놓은 말은 문제여성들에 대한 교육재활.사회복귀 프로그램의 현주소를 짐작케 하기에 충분했다.사회복귀 프로그램의 허점을 지적하는 것은 현재 부녀직업보도소에 입소해 있는여성들에만 그 치지 않는다.
경기여자기술학원.협성여자기술양성원(인천)및 지난해7월 폐쇄된서울시립여자기술원을 거쳤으면서도 손을 씻지 못해 또다시 몸을 팔고 있는 윤락여성을 상대로 한국여성개발원이 93년 실시한 조사에서도 똑같이 지적됐다.
정부 재활프로그램의 실패사례인 이들 윤락여성 4백14명중 50%가 기술교육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조사연구자인 여성개발원 윤영숙(尹英淑)선임연구원은 『실생활에서 써먹기 쉽지 않은 교육과정 때문에 다른 마땅한 직업을 찾을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어둠의 세계에 다시 발을 들여놓은 케이스도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이는 술집 접대부. 안마시술소.카페등에서 사실상 윤락행위를 할 위험이 큰 가출소녀.미혼모등을 위한 직업보도소들의 교육내용을 뜯어보면 수긍이 간다.이미 사회에서 쓸모가 거의 없어진 편물을 비롯해 양재.자수.봉재등 경제성이 낮고 산업사회에서 적응하기엔 미 흡한 것들이 전국 22곳부녀직업보도소 대부분의 직업보도과목에 끼여 있다.
국립사회복지연수원 김수영(金秀榮)교수는 『따라서 YWCA연합회등이 저소득 여성들을 위해 마련한 직업교육내용을 참고해 도배.페인트.타일.나전칠기.금은세공.전기용접.건축제도(기능사 2급)등 과목을 채택할 필요가 높다』고 제안했다.나이 또는 개개의특성.문제점등을 따지지 않고 수용여성들을 한꺼번에 다루는 것도개선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기여자기술학원만 보더라도 10대에서 40대를 한꺼번에 수용했음은 물론 윤락녀와 함께 단순가출소녀및 기술교육만을 받기 위한 정상소녀까지 구별없이 수용했다.정상소녀의 심성을 그르칠 우려가 높게 마련이다.
여성개발원 尹연구원은 『초.재범및 범죄의 경중에 따라 따로 관리하는 교정(矯正)행정의 분류심사와 비슷한 개념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여성 사회복귀 프로그램에서 가장 미흡한 것은 이들의 「병든 마음」을 어루만지고 고치는 교육이다.이들은 대부분 땀흘려 일해 돈버는 기쁨을 모르고 있으나 이를 개선하는 프로그램이 없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양인순(楊仁順)부녀복지과장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정신의학.심리학등 각계 전문가들로 자문위원회를 구성,선도보호의뜻을 살릴 수 있도록 교과과정을 개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楊과장은 『특히 사회적응력 배양과 정서함양을 위 한 정신심리계발프로그램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밖에도 문제여성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된 성(性)에대한 개념의 재정립등 포괄적인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고 지적하고있다. 〈金泳燮기자〉 다음엔 「가족.사회.정부의 무관심과 대책」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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